민주, 잇딴 성비위에 지방선거 경고등…'이재명 효과' 무색해지나

기사등록 2022/05/13 06:00:00 최종수정 2022/05/13 08:20:22

박완주, 당내 성비위로 제명…20일 앞둔 지선에 초대형 악재

최강욱 '짤짤이' 등 성비위 논란 꼬리물어…지도부 사과 모드

[천안=뉴시스] 이종익 기자 =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와 이재관 천안시장 후보 등 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12일 오후 양 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날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것과 관련해 사과 발언 후 고개를 숙이며 인사 하고 있다. 2022.05.12. 007new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13일 6·1 지방선거를 20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박완주 의원의 제명을 비롯해 잇딴 성비위로 당이 몸살을 앓으면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의 악몽이 2년 만에 재현될 조짐이 보이면서 지방선거 필승 카드로 꺼낸 이재명 상임고문의 보궐선거 차출도 그 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에서 비공개로 긴급 회의를 열어 박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2차 가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았지만 박 의원 제명 사유를 '당내 성비위 사건'이라고 전했다.

86 운동권으로 당내 최대 모임인'더좋은미래' 소속인 충남 천안을에서만 내리 3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내 요직을 거친 중량감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원순·오거돈 사태' 이후 성범죄 무관용 원칙과 성평등 조직문화 혁신을 내세우며 했던 재발방지 노력이 지방선거 코앞에서 무색해졌다는 점이 뼈아프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전날 MBN '프레스룸'에 출여해 "저희가 어느 정당 못지 않게 성평등 교육 등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안이 발생해 참 난감한 경우"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진화에 부심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충남 천안에 위치한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시민과 도민 여러분이 기대했던 좋은 정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90도 사과를 했다.

[천안=뉴시스] 이종익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인사말를 하고 있다. 2022.05.12. 007news@newsis.com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성폭력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당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며 "민주당을 대표해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허리를 숙였다.

윤 위원장과 박 위원장은 개소식 참석 후 서울로 돌아와 재차 대국민 사과 입장도 발표했다.

민주당은 사건 인지 후 비교적 신속한 제명 결정과 함께 대국민 사과로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보좌진에 대한 성추행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신고가 당에 접수된 시점은 지난달 말로 이후 조사를 거쳐 제명 결정이 전격적으로 내려졌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사태 당시 '피해호소인'과 2차 가해 논란, 안희정·오거돈 등 주요 인사들의 성비위와 일부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의 성폭력 문제 등을 겪고도 비슷한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박 의원 제명 외에도 '짤짤이' 해명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 의혹과 김원이 의원실 전 보좌관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지속적인 2차 가해 호소 등 민주당 내 성비위 문제는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소속 의원을 성비위 혐의로 당에서 조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당에 어떠한 신고도 접수된 바 없으며 따라서 조사나 논의가 진행된 바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모 초선 의원이 성비위 혐의로 당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 모 의원실 보좌관의 성추행 의혹이 찌라시 형태로 도는가 하면 전직 시의원이 모 의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 청원을 당에 접수했다는 2주 전 지역 언론 기사가 회자되기도 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도 박 의원 제명 관련 입장문을 통해 "최강욱 의원의 발언 문제가 불거진 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차마 공개적으로 올리기 민망한 성희롱성 발언들을 확인했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며 "다른 성비위 건에 대해서도 당이 제대로 또 올바른 조치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photo@newsis.com
당내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의 지방선거에서 성비위 문제까지 겹치며 대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속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지지율을 까먹으며 녹록치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윤 대통령과 초접전 승부를 펼치며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은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을 보궐선거 선수로 등판시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상임고문이 인청 계양을에서 보궐선거 선수로 직접 뛰는 동시에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전국 선거를 지원함으로써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승기를 잡고 이를 지역으로 확산시켜 간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잇딴 성비위 논란을 계기로 '박원순·오거돈 사태'가 재소환되고 이른바 '더듬어만진당' 프레임에 갇히면 '이재명 효과'는커녕 이 상임고문까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같은 우려 때문인지 이 상임고문은 일단 이번 사태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당 지도부도, 현역의원도 아닌 만큼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임고문은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 지도부가 일제히 고개를 가운데서도 "큰 성과와 실적을 낸 양 후보가 이번에 다시 반드시 (재선에) 성공하고 충남을 대한민국 중심으로 우뚝 세울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지를 호소했을 뿐 성비위 파문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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