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 청문회서 여야 '공수교대'
朴 "온라인 포커, 넓은 의미서 게임" 논란
국힘 "朴 해명 거짓말로 안 보여" 방어선
김앤장 10억 고문료…한미동맹 '재건' 시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민주, 부적격 기류
[서울=뉴시스]정진형 최서진 정성원 기자 = 2일 열린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 아들의 도박사이트 운영사 근무 의혹에 집중포화를 퍼부었고, 국민의힘은 후보자의 외교 전문성을 어필하며 정책 질의를 이어갔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남의 캐나다 소재 도박사이트 운영사인 엔서스(NSUS) 그룹 근무 의혹을 거론하며 "엔서스 그룹이 직접 제출한 자료에도 '박모씨가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근무 중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당 김경협 의원도 "이 사이트에서 현금을 걸고 포커를 치고 거액의 현금이 왔다갔다 한다. 이로 인해 매출이 발생하는데 이걸 자꾸 게임회사라 말하느냐"며 "국내에서는 명백하게 불법인데 캐나다에서는 합법으로 인정해주니 본사 서버를 국내에 두지 못하고 캐나다에 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경협 의원이 "온라인상에서 현금을 걸고 포커를 치면 도박이냐, 게임이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넓게 보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윤건영 의원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글을 거론하며 "엔서스랩 코리아에 다니는 사람이 올린 글에는 '여긴 갬블 업체다. 개발자는 다 한국에 있고 운영자만 외국계 미국인이고 그냥 한국회사다. 현금으로 포커치는 회사'라고 명시돼있다"며 "아들이 도박과 관련된 회사에 다니는 것이 맞고 불법 회사란 걸 인정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윤 의원이 재차 오전의 '게임' 발언을 문제삼자, 박 후보자는 "현금을 걸고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지적에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제기되고 논란이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회사 안내를 보면 게이밍 컴퍼니(gaming company), 넓게 보면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라이센스를 주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원 논란에 대해서도 해당 회사의 오류라며 "이건 실수라는 말 이외엔 설명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아드님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소상하게 해명하고 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알고 있는 내용을 소상하게 청문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감쌌다. 이어 "청문회를 잘 통과해서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 북한 도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심화되는 미중 대결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국익을 잘 지켜나가는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해 나가시기를 부탁드려 마지 않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같은당 조태용 의원도 "외교에 누구보다도 많은 경험과 또 경륜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라며 "많은 기대를 갖고 국민들이 보고 있고, 우리 외교를 다시 복원시키고 또 외교부도 다시 한번 사기를 진작해서 뛰어볼 수 있는 그러한 외교부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아마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2012년 5월부터 2016년 1월까지 4년여간 9억6200만원의 고문료를 받은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년 동안 김앤장에 3번 취업했다. 외교부 장관을 그만두면 또 취업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힐난하자, 박 후보자는 "외교부 장관을 그만둔 다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가 한미동맹 '복원', '재건' 등의 표현을 쓴 것에도 문재인 정부 대미외교에 대한 평가절하가 유감을 드러냈다.
김영주 의원은 "후보자가 '재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고, 김경협 의원도 "한미동맹이 자꾸 무너졌다고 전제하는데 한미동맹이 가장 크게 무너진 게 어떤 분야라 보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박 후보자가 "무너졌다는 일종의 비유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말하자, 김경협 의원은 "사실은 무너진 게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한미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차제에 임시적, 단기적 조치일 수도 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 문제도 검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말했고, 태영호 의원도 "얼마전에 김정은이 핵 선제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한미 사이에 전술핵 공유와 같은 새로운 합의가 도출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단히 많다"고 호응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한미 간에)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국과 미국 간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는 게 현재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는 오후 6시께 청문결과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청문회를 마쳤다. 민주당은 박 후보자로부터 서면답변서를 제출받은 후 청문보고서 동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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