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은행원이 614억 꿀꺽…반복되는 횡령범죄, 한해 4만6천 건

기사등록 2022/04/30 12:00:00 최종수정 2022/04/30 12:03:43

기업·구청 이어 은행서도 횡령 범죄 발생

횡령 범죄 매년 증가…10년 전 비해 두배

공범도 상당수…2명서 공모 평균 1574건

직장동료 평균 728명…공범 중 가장 많아

보통 자기집에 숨어…외국 도피도 42.6명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또 역대급 횡령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기업과 구청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입니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6년여 간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돈을 관리하는 은행에서 발생한 역대급 횡령 사건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횡령 범죄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팀장이 2215억원을 횡령한 사건에 이어 강동구청 공무원이 공금 115억원을 횡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계양전기 직원은 245억원을 빼돌렸습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해 평균 4만6000건 정도의 횡령 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횡령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10년 사이 횡령 범죄는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연도 별로 보면 2011년 2만7882건, 2012년 3만3044건, 2013년 3만6214건, 2014년 3만8646건, 2015년 4만8795건, 2016년 5만2069건, 2017년 5만2610건, 2018년 5만7172건, 2019년 6만819건, 2020년 6만539건입니다.

같은 기간 횡령 범죄로 검거된 인원 중에는 남성이 훨씬 많았습니다. 한 해 동안 검거된 인원 중 남성이 평균 2만8000명 정도인데 비해 여성은 평균 7100명 정도입니다.

횡령 범죄는 단독범이 제일 많긴 하지만 공범이 있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우리은행 직원 A씨의 친동생은 횡령 범행에 공모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습니다.

또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팀장의 횡령 범행에는 부인, 여동생과 그 남편, 처제가 공모한 혐의로 송치됐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 직원 2명도 방조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횡령 범죄 중 2명이서 공모한 경우는 한해 평균 1574건 정도입니다. 나아가 10~20명이서 공모한 경우도 한해 평균 21.2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횡령 범죄에 가담한 공범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공범 중에는 직장동료가 평균 728명 정도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로 친인척, 동네친구, 학교동창, 애인, 고향친구 순이었습니다. 교도소나 소년원 동료가 공범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왜 횡령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범행 동기로는 우발적이라는 게 평균 3102건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생활비 마련, 사행심, 도박비 마련, 유흥비 마련, 호기심, 허영사치심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 A씨는 6년간의 범죄 행각이 뒤늦게 드러나자 자수했지만, 오스템임플란트 재무 팀장은 아내와 거주하던 경기 파주시의 건물에 숨어 있다가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각돼 붙잡혔습니다.

횡령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이들은 보통 자기 집(평균 1만2294명)에 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숙박업소, 지인 집, 친족 집, 애인 집, 공범 집에 숨어들었습니다. 외국으로 도피한 경우도 평균 42.6명 정도입니다.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요. 횡령 범죄로 인한 1만원 이하의 소액도 한해 평균 2585건 정도 있었지만, 10억원을 넘는 경우도 한해 평균 2455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횡령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상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횡령 금액에 따라서도 처벌 강도가 달라집니다. 업무상 횡령으로 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가중처벌 받습니다.

대법원의 횡령 범죄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범죄의 경우 기본 징역 5~8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감경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4~7년, 가중요소가 있을 경우 징역 7~11년을 선고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동아건설 박부장' 사건입니다. 동아건설 자금 부장이던 박모씨는 2004년부터 5년간 출금청구서 위조 등 서류를 조작한 방식으로 1900억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2년6개월형이 확정됐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횡령 범죄, 돈 벌기 힘든 세상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에 마음을 둬서는 안 됩니다. 억만금을 훔쳐서 손에 쥐고 환호작약한들 곧바로 엄습하는 불안에 어찌 살겠습니까?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가 지난 1월14일 서울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01.14.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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