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라면' 2200원…천연 재료로 20시간 끓여
화학조미료 사용 안 해…'제트노즐'로 면 쫄깃
산도조절제·보존료 사용 안한 즉석밥 생산도
[익산=뉴시스] 박영주 기자 =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하림이 라면·즉석밥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스턴트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건강함과 맛의 고급화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식품 철학답게 하림은 자연·신선·최고의 맛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하림이 만드는 '더 미식 장인라면'(장인라면) 가격은 2200원으로 시중 라면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
'감히 라면 주제에', '후발 주자 주제에' 몸값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지난 28일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 퍼스트 키친' 공장에서 라면 생산 과정을 직접 보니 의문이 풀렸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서 마케팅 비용이 올라가서 그런 것은 아닌 게 확실해졌다.
◆20시간 우려낸 국물…MSG 없는 '프리미엄' 라면 승부수
우리나라의 라면 소비량은 연간 41억3000만개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국민 한 명이 연간 소비하는 라면 개수는 75.7개로 일주일에 한 개꼴이다. 국내 라면 시장이 커지면서 이미 농심, 오뚜기, 삼양, 팔도, 풀무원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입지를 다진 상황이다.
반면 하림은 후발주자에 속한다. '프리미엄' 라면을 내세우면서 가격 장벽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제품에 대한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게 하림의 경영 철학이다.
장인라면에는 사골,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양파와 대파를 넣고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등을 넣고 20시간 끓인 액상 수프가 들어간다. 화학조미료(MSG)를 넣지 않고 자연 재료만을 사용했다. 주변 농가에서 직접 재료를 공급받고 육수의 기본이 되는 닭 뼈 또한 하림 육가공 공장에서 바로 가져와 신선도를 더한다.
액상 스프 생산 공장은 깨끗하면서도 체계적이었다. 작업자들은 한 톨의 먼지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방진복에 모자, 장갑, 마스크까지 철저히 착용하고 설비 라인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의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로 이뤄지면서 작업자는 많지 않은 편이었다.
면은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사용한다. 여기에 평균 130°의 강한 열풍으로 건조한 후 저온으로 서서히 말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쫄깃하면서도 잘 불지 않은 면의 비결이다. 건조과정에서 익힌 면의 수분을 낮춰 유통기한도 긴 편이다.
하림 관계자는 "하림만의 면 건조 공법인 '제트노즐'을 사용해 면이 잘 불지 않는다"며 "인공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먹고 자도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라면임에도 불구하고 장인라면은 출시 5개월만인 지난달 1000만봉 판매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상품군도 확대한다. 최근에는 자장면의 식감 그대로를 살린 '유니자장면'을 출시했다. 하림 관계자는 "향후 '건강식'과 '라면'을 조합한 상품군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방부제 없는 즉석밥…"밥맛부터 다르네"
'퍼스트 키친'의 라면 생산 전용 공장 옆으로는 즉석밥 생산 전용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품질 좋은 '즉석밥'만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하림의 즉석밥은 무(無) 방부제가 비결이다. '밥맛'을 살리기 위해 산도조절제, 보존료 등 방부제를 일절 넣지 않고 쌀과 물만으로 밥을 만든다. 첨가제가 없는 만큼 유통기한이 짧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지만, 하림 관계자는 "살균 처리를 여러 차례 하면서 오히려 타사보다 유통기한이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타사의 경우 간헐적 살균을 하지만, 하림은 살균기에 즉석밥을 통째로 넣어 살균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하림의 즉석밥은 열수에 담그는 방식이 아닌 열수 분사 방식으로 일정한 온도를 맞췄다. 무쇠 솥에서 두 번 뜸 들여 식감을 유지하고 밀봉한 밥에 100° 이상 고온의 물을 분사해 또 한 번 뜸을 들였다.
하림의 즉석밥 역시 다른 즉석밥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용기를 뜯어 시식해보니 일반 즉석밥과 달리 밥알 모양이 눌리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됐다. 고슬고슬한 밥알의 식감도 입 안에 그대로 전해졌다. 다른 제품과 달리 사각 용기를 사용해 간편 덮밥 소스를 비벼도 넘치지 않도록 편리함까지 더했다.
하림은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온라인 물류센터도 준비 중이다. 소비자가 주문하는 즉시 물류센터에서 포장해 문 앞까지 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신선하고 질 좋은 제품을 빠르게 '식탁'까지 전달하겠다는 목표가 하림의 식품 경영 철학과 잘 들어맞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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