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동시대 가장 핫한 미디어아티스트
'데이터의 바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9일 개막
신작 '야성적 충동' 등 신작 최초 공개
초기 영상 작품부터 대표작 23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디어아트의 신세계가 열린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독일 작가 히토 슈타이얼(56)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펼쳐진다.
히토 슈타이얼은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 비평가로, 2000년대 이후 국제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2017년 해외 유력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가속화된 글로벌 자본주의와 디지털 사회, 포스트 인터넷 시대 이미지의 존재론과 그것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면서 미디어, 이미지, 기술에 관한 주요한 논점을 제시해왔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아시아 최초로 개최되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는 영상·미디어 장르에 있어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히토 슈타이얼의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예술, 디지털 기술, 사회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제안해온 작가의 진면모를 마주하고 많은 담론들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히토 슈타이얼 아시아 최초 개인전...‘데이터의 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각종 재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디지털 시각 체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지구 내전, 불평등의 증가, 독점 디지털 기술로 명명되는 시대에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은 ‘데이터의 바다’. 히토 슈타이얼의 논문 '데이터의 바다: 아포페니아와 패턴(오)인식'(2016)에서 인용한 것으로, 오늘날 또 하나의 현실로 여겨지는 디지털 기반 데이터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기획 의도다.
전시에는 '독일과 정체성'(1994)과 '비어 있는 중심'(1998) 등 다큐멘터리 성격의 초기 영상 작품부터 알고리즘,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디지털 기술 자체를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조명하는 근작 '소셜심'(2020)과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신작 '야성적 충동'(2022)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3점을 소개한다.
◆야생적 자본주의 시장 어떻게 바라볼까...총 5부로 전시
전시는 ‘데이터의 바다’,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기록과 픽션’ 등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데이터의 바다’는 데이터, 인공지능, 알고리즘,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 기반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이미지 생산과 순환, 데이터 노동 및 동시대 미술관의 상황을 다룬 작가의 주요 작품 '태양의 공장'(2015), '깨진 창문들의 도시'(2018), '미션 완료: 벨란시지'(2019), '이것이 미래다'(2019), '소셜심'(2020), '야성적 충동'(2022) 등을 선보인다.
특히 신작 '야성적 충동'은 인간의 탐욕이나 두려움으로 시장이 통제불능 상태가 되는 상황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으로 명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의 개념을 인용했다. 구석기 시대 벽화가 그려진 동굴을 중심으로 스페인 양치기들이 가진 생태학적 힘을 교차시키며, 비트코인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새롭게 등장한 야생적 자본주의 시장에 대해 논의를 전개시킨다.
2부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에서는 대표작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2013)을 중심으로 데이터가 대량으로 수집·등록되고, 감시 카메라가 도처에 널려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위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디지털 시각체제의 특이성을 간파한다.
3부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에서는 기술 유토피아에 의문을 제기하고 기술과 전쟁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작품 '타워'(2015), '헬 예 위 퍽 다이(Hell Yeah We Fuck Die)'(2016)를 전시한다. 아울러 성전으로서의 미술관이 아닌 다양한 사회 현상과 연동된 장소로서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운 위상을 해석한 작품 '면세 미술'(2015)과 '경호원들'(2012)을 공개한다.
4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에서는 사물, 사람, 자본, 정보,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순환하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시대 순환주의의 의미를 담은 작품 '유동성 주식회사'(2014)와 '자유낙하'(2010)를 전시한다. 유동성의 시대 이미지의 새로운 가치를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라는 용어를 통해 재정의하면서 동시대 이미지의 가치와 예술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기를 권유한다.
5부 ‘기록과 픽션’에서는 독일 통일 이후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등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작가의 초기 다큐멘터리적 영상 실험을 기록과 픽션, 진실과 허구의 맥락에서 보여주며 작가의 현재 다큐멘터리적 시선의 출발을 쫒는다.
◆29일 작가와의 대화 진행...초기 영상작품도 필름앤비디오서 상영
전시 기간 동안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와의 대화 및 연계 학술행사가 마련된다. 29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며, 6월과 7월에는 전문가 강연 및 라운드 테이블이 이어진다. 작가와의 대화는 행사 당일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youtube.com/MMCAKorea)를 통해 생중계된다.
히토 슈타이얼의 초기 영상작품을 집중 감상할 수 있는 연계 상영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비어 있는 중심'(1998), '11월'(2004), '러블리 안드레아'(2007) 등 히토 슈타이얼의 다큐멘터리적 시각의 근간이 되는 초기영상 작품 7편을 5월27일부터 7월 17일까지 MMCA 필름앤비디오에서 상영한다.
◆히토슈타이얼은?
1966년 독일 뮌헨 출생으로 시각 예술가이자 영화 감독, 비평가이자 저술가이다. 일본 영상대학과 뮌헨 영화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1990~1991년 일본 영상대학 졸업 후에 일본에 머물면서 영화감독 빔 밴더스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2003년 오스트리아 빈 미술 아카데미에서 철학을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실험 영화 및 비디오 담당 교수를 맡고 있다.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2019), 시카고 현대미술관(2018),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2017), 뉴욕 휘트니 미술관(2016),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하노버 쿤스트페어라인, 빌니우스 현대미술센터(2015) 등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주요 저서로는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2008), '스크린의 추방자들'(2012), '재현 너머'(2016), '면세 미술: 지구 내전 시대의 미술'(2017) 등이 있다. 베를린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케테 콜비츠 상(2019)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노이어 베를리너 쿤스트페어라인, 뉴욕 현대미술관, 미국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퐁피두센터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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