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핵무기를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개적인 위협으로 풀이된다.

26일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전날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돼있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자신 있게 준비돼있다"며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발언은 한국을 겨냥해 전술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일맥상통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5일 담화에서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며 전술 핵무기를 대남 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군부 서열 1위인 박정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겸 당 중앙위원회 비서도 이날 핵 무력 과시 대열에 합류했다.

박정천은 지난 2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각급 부대 지휘관 참석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항일 무장의 기치를 치켜들었던 어제나 지구상의 그 어떤 강적도 제압 소멸할 수 있는 핵병기를 틀어쥔 오늘에나 사상으로 강하고 사상으로 이기는 우리 혁명 무력의 근본은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천은 또 "그는 혁명적 당군의 주축을 이루는 지휘 성원들부터 당 중앙에 절대 충성하며 모든 관병들을 사상과 신념의 강자로 준비시켜나갈 때 우리 혁명 무력은 불패의 힘을 만장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 온 선제 타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을 공격해 전쟁이 발발하면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이 핵 무력을 사용해 한반도를 통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에 이례적으로 원수복을 입고 등장해 연설했는데 이는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선제 타격 능력까지 갖추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해 앞으로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남 위협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개발 중인 것으로 예상되는 고체연료 엔진 ICBM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새롭게 출범할 한국의 신정부와 5월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조율되고 있는 미 바이든 대통령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신 위원은 "따라서 5월 이후 한국 신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미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 결과가 향후 북한의 대남 대미 정책 기조가 현재보다 더욱더 첨예한 강 대 강으로 악화될 것인지 아니면 상호 협상과 협력의 여지가 다소 있는 완화된 강 대 강으로 개선될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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