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투병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소설가 이외수씨가 25일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76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투병해왔다. 지난 22일 이외수의 장남 이한얼 감독은 고인이 폐렴으로 사흘째 응급실서 사투중인 근황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한바 있다.
1946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했으나 1972년 중퇴했다. 같은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로 당선된 그는 3년 뒤인 1975년 중편소설 '훈장'으로 문예지 '세대'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공식 등단했다.
고인은 장편소설 '들개', '칼', '장수하늘소', '꿈꾸는 식물'을 비롯해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등을 출간했다. 특히 출간한 20년이 넘은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소설은 40~5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에세이 '하악하악', '청춘불패' 등 에세이를 발표했다. 특히 '하악하악'에서 '존버'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하며 '존버 정신' 창시자로도 큰 화제가 됐다. '존버'는 ‘존재하기에 버틴다’ 등의 줄임말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버티자, 혼자서 버티지 말고 함께 버티자”는 대국민 문화캠페인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2019년 출간한 에세이 '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에도 ‘존버’라는 신조어의 창시자답게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몸부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세상에 대한 분노, 뼈아픈 자기반성과 고백을 서슴지 않았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며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던 고인은 1990년 '4인의 에로틱 아트전'과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투병 전까지 트위터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글을 남기며 주목받은 고인은 팔로워 170만명을 거느려 소위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008년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부터 2016년 김진태 전 의원의 "촛볼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고인은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 촌장으로도 활동했다. 춘천에서 30여년간 지내던 고인은 2006년 화천군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집필 활동을 했다. 1976년 결혼한 아내 전영자씨와 2018년 이혼 아닌 졸혼으로 화제가 됐다. 부인은 고인이 쓰러지자 제일 먼저 달려와 병간호에 매달렸다.
이날 밤 10시경 유족에 따르면 아직 장례식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확정하는 대로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류근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께서 오늘 오후 8시경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애통하고 비통하다"고 전했다. 그는 "문학으로도 인간으로도 참 많은 것을 주고 가셨다"고 했다. 고인의 문하생이라고 밝힌 이형린 정의당 충북도당 여성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에겐 기인이고 또 누군가에겐 꼰대고 다른 누군가에겐 소설가지만, 내겐 선생님이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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