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만 늦춰"…중재안 조목조목 작심 비판
"수사권 헌법 명시…수사·기소권 분리는 위헌"
단일·동일성 조항 두고 "일체 여죄수사 막아"
공소시효 6개월 불과 선거범죄…"혼란 가중"
"사개특위, '중수청'으로 미리 결론 내려놔"
이는 그동안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의 맹점으로 지적돼온 내용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며 "검찰은 중재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명확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은 중재안의 핵심 문제점으로 크게 4개 부분을 꼽았다.
그는 가장 먼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해석에 따라 기소검사가 사건관계인의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진술 한번 듣지 않고 수사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애초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 근거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게 골자다. 중재안의 경우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되,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완수사권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역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헌법 제12조3항과 헌법 16조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 주거지 수색을 할 때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장 청구가 강제수사를 위한 절차라는 논리로, 수사권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송치 사건의 단일성·동일성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보완수사 제한에 대한 우려는 검찰 내부에서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김형록 대검 수사지휘지원과장은 "범죄자가 죄명 하나씩을 골라 범행하느냐"면서 후배 검사가 수사한 '보험금 목적 살인' 사건 사례를 들기도 했다. 검사가 남편을 질식시켜 살해한 여성의 보험금 수령인이 여성과 친한 또 다른 여성임을 밝힌 후 살인죄 공범으로 기소했다는 내용이다.
김 총장은 "단일성과 동일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수사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범·공범 수사는 피의자가 달라서, 추가 피해는 피해자가 달라서, 무고·위증 수사는 범죄사실이 달라서 단일성과 동일성이 없고 그 결과 검·경 간 핑퐁식 사건 이송으로 사건 처리는 지연되고 국민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지난 22일 검수완박 중재안이 발표된 직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해당 조항에 대해 "형사부 검사들의 보람은 단순 1명짜리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피해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조직적 사기 또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밝혀내는 것"이라며,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 따지다가 증거는 인멸되고 범인은 중국으로 돌아가도 우리 국민은 법을 잘 만들었다고 좋아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일선 평검사들의 비판도 거세다.
이날 인천지검 형사2부 박세혁 검사도 이프로스에 '범죄가 두부냐? 카스테라냐? 동일성과 단일성?'이란 글을 올리고 "서민피해 사건 처리 업무를 하면서 경험한 바에 비춰보면 중재안 제4항에 규정된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도무지 수사 현실을 모르는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면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것이란 주장이다.
김 총장은 이번 중재안에서 공직자·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선거범죄는 공소시효가 6개월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실수사를 예상했다.
김 총장은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로 시효가 임박한 사건들은 경찰과 보완수사 요구를 반복하다 부실 처리될 염려가 있다"며 "특히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 공소시효 직전 또는 공소시효를 절반 정도 넘긴 9월 초경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다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전국에서 선거를 전담하는 평검사들은 최근 호소문을 내고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선거일 후 6개월 안에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 필요한 점 등이 고려돼 지난해 시행된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 법령에서도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유지된 것"이라며 "합의안에 따라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고, 송치된 범죄와 단일하고 동일한 범위의 수사만 가능하다면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수천 건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수사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너무나도 크다"고 밝혔다.
중재안에 담긴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란 결론을 정해두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역대 사개특위는 개혁 방안별로 충분한 논의 후 방안 실시 여부나 방식을 결정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사개특위는 '검수완박과 연계된 중수청 설치'란 결론을 내놓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선(先) 결론, 후(後) 논의 방식의 특위는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며 "결론을 내려놓고 시행시기를 정하는 특위는 그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고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총장을 비롯해 검수완박 중재안을 두고도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중재안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를 파기할 경우 민주당이 당초 앞세웠던 검수완박 원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 간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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