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재정난, 대법 판결로 개정 추진
朴정부 대학구조개혁법 등 번번이 좌초
당시 "사학먹튀·특혜법" 비판…논란될 듯
"수익화보다 남는 재산 팔도록 유도해야"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사립대학이 쓰지 못하고 남은 교육용 토지나 건물을 수익사업용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된다. 교육부가 학교 재산을 수익화할 때 대금을 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 개정 작업을 거의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아 개정한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사학재산관리) 지침을 다음달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사립대 총장들, 그리고 대학 실무자를 위한 3차례의 권역별 설명회를 지난 22일까지 열어 현장 의견을 들었다.
교육부의 설명회 자료를 보면, 핵심은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의 수익용으로 용도 변경은 보전조치 없이 허가한다'는 것이다. 교육용 기본재산은 대학 설립 최소 조건인 교지(땅)·교사(건물)를 비롯한 교육·연구용 토지·건물을 말한다.
사립대학의 재산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엄격히 나뉜다. 교비회계는 등록금 등으로 조성돼 교육 목적에만 쓰이고,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운영비와 수익사업 관련은 법인회계에서 따로 관리한다. 그동안은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쓰기 위해 법인으로 넘기려면, 그 재산의 시가에 상당하는 대금을 교비회계에 보전해야만 했다.
이번 지침 개정은 쉽게 말해 사립대의 교육용 재산을 운영주체인 학교법인으로 옮기는 일이 매우 쉬워졌다는 뜻이다.
다만, 교육부는 용도 변경으로 ▲학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학교장 등 구성원이 교비회계 보전을 원하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법인으로 넘기려는 재산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할 것을 교육부가 조건으로 걸 수 있다.
이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입법을 추진했던 '대학구조개혁법'의 내용이기도 했다. 한계대학의 출구 전략으로, 정원 감축으로 남는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꿀 때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지 않게 했다. 이 법률안은 '사학 먹튀·특혜' 논란이 불거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교육부가 이 지침을 고치려는 이유는 오랜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 재정난 때문이다. 교육부는 "사립대학들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토지, 건물 등을 양질의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하여 수익을 내고, 이를 교육환경 개선 등에 재투자해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월 나온 대법원 판례도 원인이 됐다. 서울의 한 사학법인이 학교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꾸고 처분 대금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 세입 처리했는데, 재판부는 현행 사립학교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교육부가 법 개정 없이 사학재산관리 지침 개정에 나서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사학법인들이 교육용으로 묶여 있어서 손 댈 수 없던 토지에 대해 규제가 풀리면 매각에 적극 나설 수 있다"며 "지방 사학법인 중에서는 대학 재산을 팔아 수익을 챙긴 뒤 '먹튀'를 하는 사례가 분명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연구 목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화를 허용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며 "무분별하게 학교 재산을 팔거나 바꾸는 식으로는 교육부가 허가를 할 수도 없고 과도한 우려"라 해명했다.
◆"남는 재산으로 수익 다각화"…"수익률 2~3%, 파는 게 더 낫다"
바뀌는 내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사학법인이 법정기준을 채웠다면, 남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하고 대금을 용도 제한 없이 쓸 수 있게 된다. 다만, 법인이 학교 재정 기여 의무를 충실히 하지 못하면 교육부가 제동을 걸 수 있다.
또 남는 사립대 건물 내 임대를 줄 수 있는 업종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후생복지, 체육시설, 창업공간 등으로만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게 아니면 가능해진다.
사학법인이 교지 위에 수익사업용 건물을 짓는 것도 쉬워진다. 상환 계획이 적절하다면 교직원의 임금 지급 등 학교 운영에 쓰기 위해 빚을 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교육계에서는 사학들이 교육부 기대처럼 수익을 낼 수 있기보다 과거 같은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0년 사립대 법인 전체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은 2.9%로 법정기준(한국은행 전년도 저축성 수신금리·1.75%) 턱걸이 수준이다.
그 해 수익용 기본재산의 63.6%는 토지였고, 토지에서 나온 수익률은 1.0%였다. 건물(9.7%), 유가증권(2.7%), 신탁예금(1.8%)에 이어 가장 낮았다. 전체 수익용 기본재산 중 토지 비율은 4년 전(63.5%)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었다.
교육부도 현행 사학재산관리 지침(2019년)을 대학에 안내하면서 "수익용 기본재산 중 저수익 재산은 고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을 늘릴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적했지만 개선이 없었던 것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사학법인들이 학교 재산을 넘겨 받아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꾼다고 해도 재정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지방 사립대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쓰지 않고 남은 교육용 재산은 팔 수 있고 대금은 그대로 교비에 보전된다"며 "수익화를 쉽게 하기보다 매각을 유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학교 재정에 보탬되고, 사학도 이른바 '땅 투기'를 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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