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14일 시공단에 공문…합의점 못 찾아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이주비 대출 등 논의
조합 내부에선 '시공사 해지'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강대강 대치로 위기에 봉착했다.
조합 측이 공사비 증액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시공사업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사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60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주가 지연되면 그만큼 전·월세살이 기간도 길어지게 되고 이주비 상환이나 이자납부 등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공사중단 직전인 지난 14일 2020년 6월 변경계약 3조2294억원을 인정하되, 고급화공사(특화 공사, 마감재 공사 등)는 조합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달라는 조건의 공문을 시공사업단에 보내고, 이틀 뒤인 16일 임시총회에서 이러한 계획을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또 조합은 총회에서 이주비대출 연장과 이주비 이자 납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조합이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과 맺은 대출 계약 금액은 총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이 800억원 가량인데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점점 불어난다. 여기에 대주단이 대출의 '만기 전 회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올해 초부터 이주비 이자를 사업비가 아닌 조합원들 개인 부담으로 납부하고 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이 이자를 내기 위해 따로 대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에서는 사업비가 확보되는대로 이주비 이자를 조합이 다시 부담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협상 결렬시 시공사 해지를 의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면서 조합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둔촌주공 조합원 A씨는 "항상 원하는 대로만 되는 일은 없다. (조합 측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걱정"이라며 "수입이 없는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을텐데 이러다 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시공사 교체는 골조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처럼 공사 진행률 50% 이상에서는 교체를 시도한다 한들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시공단과 수년 간 법적 다툼도 해야하고 그 기간 중에는 공사 진행도 못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비용에 입주 지연으로 인한 전세이자 같은 피해, 건물 노후화로 인한 재공사 비용은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합원 C씨는 "정신 건강을 위해 희망적으로만 생각하다간 입주는 더 멀어져 있고, 조합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땐 누굴 탓할 사람도 없이 우리 발등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현재 처해있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적 사항들을 직시해야 그나마 손해를 덜 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일수록 조합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합원 D씨는 "나도 내년 3월이면 전세 만기이기에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전세값도 엄청 오를 것 같은데 그 돈을 마련하려니 한숨만 나온다"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불만을 조합과 시공사들에게 돌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여러 번이지만, 그로 인해 조합의 힘이 빠진다면 더 나은 결과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E씨는 "시공사를 교체하든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든 어느 정도의 입주 지연은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도 "입주가 지연되면 낭패보는 조합원들이 많지만 여기서 시공사에게 무조건 엎드리면 (시공사에서) 폭탄 추가분담금을 낸 사람만 입주하도록 해 입주를 아예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 0시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조합은 계약 해지를 예고한 상태다.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별도로 총회를 열어 계약 해지에 나선다는 방침인데 총회는 14일 이상 공고기간을 거쳐 빠르면 다음달 9일부터 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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