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루시' 역
데뷔작 애정…이번 1, 2차 모두 참여
8년 만에 지난해 '드라큘라'로 복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루시' 역으로 6개월 넘게 공연하고 있는 배우 선민은 무대의 긴장감을 즐긴다. 그는 지난해 10월 막을 올린 '지킬앤하이드'의 1, 2차 캐스팅에 모두 함께했다.
최근 서울 송파구 샤롯데시어터에서 만난 선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게 돼 행복하다"며 "시작할 땐 짧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끝이 보인다.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모든 배우들이 열정을 다해 매 공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킬앤하이드'는 선량하고 따뜻한 의사인 지킬과 냉혹하고 무자비한 하이드 두 개의 인격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다. 그 속에 지킬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하이드에게 고통받는 매혹적인 런던 클럽 무용수 루시가 등장한다.
순수한 느낌의 루시로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민은 스스로 연민을 경계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루시를 불쌍하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먼저 연민을 느끼고 연기하면 부자연스러워진다고 생각했죠. 루시는 열정이 있고 열려있는 사람이에요. 현실은 암담하지만 삶에 희망을 품고 있죠. 지킬의 다정한 손길에 반응하고 새 인생을 꿈꾸잖아요."
장기간 공연에 '지킬앤하이드'는 두 차례 캐스팅을 나눠 진행했다. 고난도 연기와 가창이 필요한 '지킬/하이드'로 1차 땐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이 활약했고, 2차로 박은태, 전동석, 카이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선민의 '루시'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킬앤하이드'는 가수로 활동했던 그가 지난 2010년 뮤지컬에 데뷔한 작품으로 애정이 깊다. 당시엔 20대 초반의 나이로 '애기루시'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2013년 공연에도 함께했다.
그는 "뮤지컬 장르를 처음 접한 계기였고, 배운 점이 많았다"며 "가수로서 홀로 활동하다가 뮤지컬은 협동 작업이었고,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다. 스스로 반성도 하고 개인적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떠올렸다.
첫 뮤지컬이었지만 떨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나이도 어렸고, 연기를 해본 적도 없었죠. 오히려 잘 몰랐기 때문에 긴장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노래하던 깡이나 용기의 연장선으로 생각했어요. 어느 시점부터 제 안의 성격과 루시 캐릭터가 맞아떨어져서 관객들도 잘 받아들여줬던 것 같아요. 두 번째 루시를 할 땐 인물을 꽤 연구했죠."
하지만 뮤지컬계에서 주목받았던 선민은 2013년을 끝으로 무대에서 볼 수 없었다. 당시 사촌언니가 살고 있던 캐나다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 계속 머물게 된 것. 그렇게 8년의 시간을 보낸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돌아왔고, 지난해 뮤지컬 '드라큘라'로 다시 복귀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루시'였다.
다시 돌아온 무대는 여전히 생생했다. 역시나 긴장은 하지 않았다. "너무 긴 시간이다 보니 오히려 그런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어제 무대에 섰던 느낌"이라고 웃었다.
"눈앞에서 생생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너무나 감사한 일이에요. 예전엔 함성도 있었지만 지금의 박수나 열기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날그날 정말 달라요. 생각보다 더 큰 박수가 나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죠.(웃음) 굉장히 짜릿해요."
앞으로의 활동은 뮤지컬은 물론 모든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목표를 정해두는 타입은 아니다 보니 곁에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킬앤하이드'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이지혜, 조정은 등 다른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늘 저 자신에게 물어봐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것보다는 내가 뭘 하고 싶을까 계속 물어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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