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현대산업개발 "정부 기관 조사 결과 타당성 없어"
법원 "붕괴 당시와 같은 철거상황과 흙성분 구성 어려워"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법원에 낸 붕괴 원인 감정 신청이 기각됐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302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7명에 대한 제18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다른 붕괴 원인이 있는지 감정해달라"는 현대산업개발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기일에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조사한 붕괴 원인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추가 감정을 신청했다.
앞서 국토부 등은 '붕괴 직전에 건물 1층 보·슬래브가 무너지면서 지하층으로 토사가 급격히 유입됐고, 이 충격으로 건물이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쏠렸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철거 계획과 달리 건물 내부 바닥 절반이 철거된 뒤 3층 높이로 10m 이상 쌓은 흙의 무게(과다 살수에 따른 수압도 일부 반영)를 이기지 못하고 1층 바닥 판이 파괴됐고, 토사가 지하층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며 건물이 무너졌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자체 시험 결과 흙더미를 쌓는 과정(하중 16배 증가)에 이미 1층 보·슬래브가 파괴됐을 것으로 보인다. 즉, 붕괴 직전에 파괴된 것이 아니다. 과다 살수를 증명하는 기준·증거도 없고 살수가 붕괴의 원인이 아니다"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붕괴 당일과 같은 철거 상황과 흙더미 성분을 구성하기 어려운 점, 붕괴 원인을 입증하는 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점을 토대로 감정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구조 역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붕괴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제출하면 공판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사와 각 피고인이 기존 증거조사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검사는 철거 계획서와 달리 부실하게 공사가 진행된 것을 알고서도 피고인들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은 관련 법안과 증언을 토대로 일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5월 9일 열린다.
붕괴 참사에 공동 책임이 있는 피고인 7명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해 6월 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학동 4구역 내 주요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지형이앤씨→대인산업개발→해인산업개발) ▲지장물(조합→거산건설·대건건설·한솔) ▲정비기반 시설(조합→효창건설·HSB건설) 등으로 파악됐다.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3.3m²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2만 8000원까지 크게 줄었고, 건물 해체 물량이 뒤에서 앞으로 쏠리는 수평·연직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날림 공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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