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시장 흔드는 알뜰폰 'KB리브엠'…메기냐 미꾸라지냐

기사등록 2022/04/19 06:21:00 최종수정 2022/04/19 07:42:43

휴대폰 점주들 '출혈 마케팅' 지적하며 KB리브엠 시장 퇴출 요구

가계통신비 절감, 시장 경쟁 활성화 등 긍정적 측면도 공존

동종 업계보다 이통사 번호이동 중심 가입자 확보

'가격'보다 '서비스 특화 전략' 시급 목소리도

금융과 통신의 첫 융합서비스로 출범한 알뜰폰 리브엠이 최근 도매대가보다 낮은 가격대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출혈 경쟁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리브엠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메기야? 미꾸라지야?"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초기 금융업계 첫 알뜰폰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혁신보다 과도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과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 경쟁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 이동전화 유통업계 "공격적 요금책정, 과다 사은품 지급으로 생존권 위협"

18일 통신업계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유통협회를 중심으로 KB리브엠의 알뜰폰 시장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이동통신유통협회는 KB리브엠의 공격적 마케팅 활동이 고객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KB리브엠이 이통사에 지불하는 도매대가(원가)보다 낮은 요금제 출시와 과다한 사은품 지급 행위로 이동통신 유통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리브엠은 이통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3만2945원)보다도 가격이 낮은 ‘청년희망 LTE 11GB+’(최저 월 2만2000원)를 판매했다. 가입자 확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쿠팡에서 자급제 아이폰13 구매한 고객이 리브엠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최대 22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로 벌였다.

협회측은 이러한 행태를 불공정 경쟁행위로 보고 내년에는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 경쟁 촉발→요금인하→소비자 편익 증진…알뜰폰 제도 취지 부합 목소리도

하지만 협회의 이같은 지적은 KB리브엠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도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사한 마케팅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KB리브엠이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휴대폰 대리점이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브엠은 현재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요금제를 내놓았으나 주변업계의 항의를 받아 가격 수준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에서 자급제 단말기와 요금제를 연계 판매하는 마케팅 역시 규제 당국의 제재 기준이 없다. 이통사향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단말기유통구조법에 따라 처벌을 받지만, 자급제 단말기로 알뜰폰 요금에 가입하는 경우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의 입장은 신중하다. 자칫 KB리브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알뜰폰 사업자까지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어서다. 아직 성장 단계인 알뜰폰 시장에 규제를 우선 적용하기 보다 시장 자체적으로 자정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편익이나 시장 활력 제고 측면에서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저렴한 요금제로 가계통신비 부담 낮춰주고 경쟁을 활성화 시켜 이동통신 시장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알뜰폰 도입 취지와도 결을 같이 한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KB리브엠은 출범 2년여 만에 25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중 상당수는 중소 알뜰폰이 아닌 이통3사에서 번호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알뜰폰 시장이 이통사 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리브엠은 이에 맞설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저렴한 요금제 출시는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소 과열 경쟁 양상이 있지만 이는 사업자끼리 풀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으로 안정적인 알뜰폰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의 출혈적 마케팅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혁신 상품 출시로 내실을 다져 위상을 높여가야 한다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이나 사은품을 앞세운 마케팅은 반짝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하지만 안정적 성장의 기반이 되기는 어렵다"라며 "알뜰폰도 특화된 서비스 구성 등 차별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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