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문화재법상 문화재 보존 조치 완료 전 공사 시행 안돼
포항시, 문화재청 공문 통보 일주일 전 이미 주택건설사업 승인…특혜·위법 의혹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달 30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 871번지 외 48필지와 포항시 남구 대잠동 산81-4번지 외 28필지에 각각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1일부터 2025년 3월1일까지 총 15만2008㎡에 포스코건설의 ‘포항대잠 더샵·힐스테이트’ 266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포항 상생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포항시가 해당 지역에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서라벌문화재연구원은 2021년 12월21일부터 2022년 3월31일까지 포항시 남구 대잠동 산81-1 일원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5~6세기인 신라시대 유개고배와 대부장경호 등 토도류 1149점과 이식, 철모, 철검과 같은 금속류 67점 등 매장문화재 총 1216점이 출토됐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 제10조에 따르면 문화재 보존에 필요한 조치를 통보받은 경우 그 조치를 완료하기 전에는 해당 지역에서 공사를 시행하여서는 안된다.
문화재청은 내부 검토를 거쳐 4월7일 공문을 통해 ‘문화재조사 완료에 따른 보존조치(기록 보존) 통보’를 포항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포항시는 문화재청의 통보보다 일주일 전에 이미 사업주인 ㈜세창의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장문화재의 경우 수백, 수천년 동안 땅 속 깊이 묻혀 있어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유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출토된 문화재의 시기와 성격 등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연장될 수도 있고, 조사단이 추가 파견되는 등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게 문화재 발굴조사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매장문화재가 단 1조각만 나와도 즉시 공사를 중지해야 하며, 정밀발굴조사까지 이어질 경우 6개월에서 1년까지 공사 진행이 늦춰지는 게 업계에선 일반적이고 당연하다.
이 때문에 공사비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기(工期)를 단축시키는데 사활을 거는 건설사들의 입장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는 해당 부지에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한 것도 모자라 현행 법률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사업시행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포항시는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자문위원 의견서'를 근거로 주택건설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사업주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문위원 의견서는 문화재청의 최종 판단 이전 단계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현장에서 발굴된 문화재의 가치 등을 1차로 평가한, 공(公)보다는 사(私)적 영역에 해당한다.
결국 문화재 보존을 위해 관련 법에 따라 공사 중지 명령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는 지자체가 오히려 사업주 편에서 공사 진행의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후세에 물려줘야 할 국가적 유산을 훼손·파괴해버린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포항 대이동 주민 A(56)씨는 "포항지역에서 문화재가 발굴됐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지만 그 이후 처리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며 “문화재 발굴과정에 민간단체나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방안 등 문화재 관리에 대해 좀 더 적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등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3월16일에 사업시행사로부터 공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긴 '자문위원 의견서'를 받아 근거에 따라 사업을 승인했다"며 "문화재 나오면 착공을 못하기 때문에 사업이 승인되든 되지 않든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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