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절도범부터 '견물생심'형 좀도둑까지 잇따라
24시간 출입 자유롭고 CCTV 빼면 감시 수단 없어
"업주부터 예방대책 세워야…신분증 확인 효과적"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우후죽순 늘어난 무인 가게를 노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매장 출입이 자유롭고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범죄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18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셀프 주문·결제 단말기(키오스크)만 두고 상품 또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무인 가게를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문화가 확산하면서 최근 급증한 무인 가게는 대부분 24시간 영업하며 누구나 출입이 자유롭다. 폐쇄회로(CC)TV 녹화 장치 외에는 별다른 방범·감시 수단도 없어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특히 주변 인적이 드물고 CCTV를 통한 업주의 감시가 느슨한 심야 시간대에 관련 범죄가 주로 발생하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은 허술한 보안을 뚫고 연쇄 절도 행각을 벌여 무인 가게 결제단말기에 보관 중이던 현금이 잇따라 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광주 북구 소재 편의점·빨래방·아이스크림 가게 등 무인 가게에서 결제단말기 잠금 장치를 도구로 뜯어내 16차례에 걸쳐 현금 700여 만 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인적 드문 심야시간대에도 출입이 자유로운 무인 가게만 골라 턴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 가게의 취약한 보안·감시 허점을 틈타, 손님이 '좀도둑'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은 무인 가게에서 상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30대 여성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올해 2월 새벽시간대 여수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진열돼 있던 과자·아이스크림 등을 훔치는 등 3차례에 걸쳐 총 7만5000원 상당의 상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해남경찰도 무인 가게에서 일부 결제를 하지 않는 수법으로 상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20대 여성 C씨를 붙잡았다. C씨는 지난해 11월 해남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컵라면·탄산음료·아이스크림을 고른 뒤 일부만 결제하는 수법으로 총 4차례에 걸쳐 1만 9700원 상당을 훔친 혐의다.
앞서 지난해 8월 광주 북구의 한 무인편의점에서 구입한 과자·아이스크림을 일부 결제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 차례에 걸쳐 총 1만 원가량 상품을 훔친 40대 회사원 D씨도 경찰에 붙잡혔다.
이른바 '견물생심(見物生心)'형 우발 범행이 많은 만큼, 보다 적극적인 업주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 가게 관련 범죄 대부분이 업주의 CCTV 감시가 취약한 심야시간대에 발생한다. 피의자를 잡고 보면 처음엔 손님이었던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미성년자들이 과자·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별 다른 자각 없이 상품을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죄 의식이 덜한 아이스크림 몇 개로 시작하지만 '잘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범행을 되풀이한다"며 "더 큰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업주 스스로 추가 방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아무래도 보안 설비가 취약하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업주 스스로 방범 설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분증 또는 신용카드 명의 확인 기기를 도입·운용할 필요가 있다. 신분이 노출됐다는 생각이 들면 범죄를 저지르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져 예방 효과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무인 가게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확대 추세에 따라 꾸준히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10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으로 신고 업종이 아니어서 지자체 단위로 정확한 점포 수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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