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홍연진 "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韓 자부심"

기사등록 2022/04/17 06:26:33

한국인 첫 '태양의 서커스' 단원…현재 '오(O)'쇼 메인코치

현지에서 한국 알리고 있는 공연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진·제이홉, '오(O)'쇼 관람…뷔는 강동원과 '원' 관람

"한국에도 '오' 쇼 같은 공연 만들고파"

[서울=뉴시스] 태양의 서커스 '오' 쇼에 출연 중인 홍연진. 2022.04.17. (사진 =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라스베이거스 =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팬덤 '아미'가 최근 보랏빛으로 물들인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통한다. 그 만큼 화려한 쇼와 굵직한 공연이 가득하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8~9일과 15~16일(현지시간)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 베이거스'(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를 펼치는 동안에도 태양의 서커스, 블루맨 그룹, 데이비드 카퍼필드 라이브 마술 쇼 같은 상설 공연부터 스티브 아오키·로드 스튜어트 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라이브 콘서트 광고가 도시를 뒤덮었다.

역시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공연 명물은 세계적 공연단체인 태양의 서커스. 현재 현지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 서커스'는 다섯 종류다. 수중 곡예가 돋보이는 '오(O)'(벨라지오 호텔), 가장 전통적인 '미스테르(MYSTERE)'(트레저 아일랜드 호텔), 공중 곡예가 인상적인 '카(KA)'(MGM 그랜드 호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음악을 테마로 삼은 '더 비틀스 러브'(미라지 호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재해석한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만달레이 베이 호텔) 등이다. 또 오는 5월에 뉴욕 뉴욕 호텔에서 '매드 애플(MAD APPLE)'이라는 새로운 작품이 공연을 시작한다.

라스베이거스를 '태양의 서커스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현지에서 머무는 동안 태양의 서커스를 봤다. 제이홉과 진은 '오', 뷔는 스타 배우 강동원과 함께 '마이클 잭슨 원'을 관람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 상설 공연의 간판인 '오' 쇼에는 한국인 홍연진(37)이 출연한다. 한국 공연인 중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한국을 가장 먼저 알리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녀는 2009년 한국인 최초로 태양의서커스 단원이 됐다.

단순한 공연을 너머 '종합예술의 결정체'라는 평을 듣는 태양의서커스 중에서도 '오'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물 150만갤런(약 570만ℓ)을 담을 수 있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수중 곡예를 펼친다. 24년 전에 만들어진 공연인데, 여전히 세련됐다. 수영장 물 밑에서 바닥이 수면 위로 솟구쳐 무대가 된다. 무대바닥이 7개로 나눠져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일곱 살 때 시작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으로 중학생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로 나서기도 한 홍연진은 '오'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약했다. 물 속에서 기술과 표현의 아름다움을 겨루는 종목에서 이미 활약한 만큼 그녀의 몸짓은 유려하고 부드럽다는 평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잠시 쉬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공연 재개 전 다시 합류하면서 메인 코치로 승진, 명실상부 이 공연의 중심 인물 중 한명이 됐다.

[서울=뉴시스] 태양의 서커스 '오' 쇼에 출연 중인 홍연진. 2022.04.17. (사진 =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방탄소년단 콘서트와 '더 시티' 프로젝트 취재 차 찾아간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할 예정이었으나, 기자의 취재 스케줄 조정으로 인해 서면 등을 통해 홍연진과 인터뷰했다. '워킹맘'으로서 일상에도 충실한 자랑스런 엄마이자 프로 아티스트인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지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재개한 걸로 아는데요.

"2021년 5월 중순부터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복귀해서 두달 동안 공연 오픈 준비를 했어요. 기초 체력 훈련부터 안무 연습과 새로 들어온 아티스트들과의 합도 맞춰보고 많은 훈련을 했죠, 그리고 7월 초에 드디어 다시 대중 앞에 공연을 오픈했답니다."

-다시 합류를 하고 첫 공연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재합류 하기 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작년 5월에 복귀하기 전에 한국에 있었어요. 오랜만에 가족들과 오랫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다 왔어요. 합류하기 전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제 복귀할 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복귀를 기다리면서 몸관리에도 신경을 썼어야 되는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복귀하고는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아서 그냥 마냥 신났던 거 같아요. 회사(태양의 서커스)에서도 천천히 안전하게 잘 복귀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을 많이 배려해 줬어요. 벌써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복귀한 지 일년이 다 돼 가는데요. 복귀해서 하나 둘 셋 하면서 다 같이 물속에 점프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물론 첫 공연도 너무 감동이었지만, 아티스트들이 쇼 컨디션을 위해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초대해서 선보인 '팟 드레스 리허설'이 더 감동이었어요."

-예매하려고 보니까 거의 빈자리를 찾기 힘들더라고요. 변치 않는 '태양의 서커스'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서울=뉴시스] 태양의 서커스 '오' 쇼에 출연 중인 홍연진. 2022.04.17. (사진 = 본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 쇼는 1998년 오픈 이후 정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다른 공연들이랑 다르게 물이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지만, 여러 번을 봐도 항상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오히려 스토리를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면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 그냥 그 자체를 보고 즐기다 보면 매력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라스베이거스에는 수많은 공연과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공연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그 중에서도 태양의 서커스는 어떤 차별점이 있습니까?

"요즘 모든 라스베이거스 호텔이 문화 공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태양의 서커스'라는 시작이 있었기에 이런 문화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첫 '태양의 서커스' 공연은 1993년 오픈한 '미스테르'인데, 그 공연 이후로 더 많은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생겨나고 다른 공연 문화도 자리 잡게 된 거 같아요."

-'오' 뿐만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내 공연이 여러 가지 종류잖아요. 그 중에서도 '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전에 부코치 직을 맡고 계셨던 걸로 아는데요.

"'오' 쇼는 스테이지가 물로 이뤄진 유일한 공연이에요. 그게 다른 공연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고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해요. 저는 이번에 복귀하면서 부코치에서 메인 코치로 승진했답니다. 처음에는 숙지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든 시간도 보내고 공연 라인업 준비도 몇 시간씩 걸려서 했었는데 지금은 손이 많이 빨라졌어요. 코치를 맡으면서 무대에서 공연도 하지만 팀원들 관리하는 것도 일이 많아요. 그리고 팬데믹 때 윈 호텔(Wynn HoteL)에서 하던 '르 레브(Le Reve)'라는 공연이 문을 닫으면서 '오' 쇼가 유일한 라스베이거스 워터쇼가 됐어요. 그러면서 '르 레브'에 있던 많은 아티스트들이 '오' 쇼에 새로 오게 됐는데 저희 싱크로 팀에도 일곱 명이나 새로 들어왔어요. 아직도 3명은 훈련 중이고요. 코치직도 처음 맡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가르치고 있답니다."

-다른 '태양의 서커스'에도 한국인 단원이 있죠?

[서울=뉴시스] 태양의 서커스 '오' 쇼 연습장면. 2022.04.17. (사진 = 홍연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태양의 서커스' 한국인 아티스트로는 저와 '마이크 잭슨 원'에 김현수뿐이에요. 현수도 이번에 아티스트 코치가 됐다고 했어요.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자주 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밖에 스태프 중에서도 한국분들이 여전히 계신지 궁금합니다.

"'OVO'라는 투어 공연과 '오' 쇼에 워드롭에서 일하는 한국분들이 계세요. 지금 '오'쇼 워드롭에 계시는 분은 제가 처음 '오' 쇼 들어왔을 때 통역사로 계시던 분이에요."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했는데, 연진 씨 포함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을 먼저 알려주신 분들이 계셔서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에도 알게 모르게 힘이 실린 거 같아요. 이번 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정말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렇게 큰 규모의 대단한 공연을 하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큽니다.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공연한 이 라스베이거스는 그냥 방탄소년단 그 자체인 거 같아요."

-방탄소년단 멤버 진과 제이홉이 공연을 보러 오셨을 때 어땠나요? 다른 한국인 분들도 방문했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나요?

[서울=뉴시스] 태양의 서커스 '오' 쇼 관람한 방탄소년단 진, 제이홉. 2022.04.17. (사진 = 제이홉 인스타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미 시상식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라스베이거스에서 계획을 물었을 때 RM 씨가 '오'쇼를 보러 가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그 인터뷰를 보고 '오'쇼 아티스트들은 도대체 언제 방탄소년단이 보러 올지 항상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진과 제이홉 씨가 쇼를 보러 온다고 했을 때 제가 너무 긴장이 되더라고요. VIP가 입장하는 통로에서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한국말로 말을 걸었어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한국인 아티스트에요. 공연 재밌게 보세요"라고 했더니 제이홉 씨가 "좋은 공연 하세요" 하고 올라가셨어요. 두 분 다 어디 앉아 계신지를 제가 알고 있어서 무대에서도 계속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재미나게 보셨는지 끝나고 커튼콜 할 때 스마트폰으로 손수 비디오도 찍으셨어요. 세계적인 스타가 제가 하는 공연에 커튼콜을 찍어주니 너무 영광이었어요. 요즘 봄방학이라는 점도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힘이라 그런지 '오' 쇼 티켓 구하기가 많이 힘들더라고요."

-이제 더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한국 관광객분들이 늘어날 테고, 그럼 연진 씨의 활약을 더 많이 보게 될 거 같아요.

"이제 앞으로 여행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많은 한국 분들이 라스베이거스도 방문해 주실 거라 믿어요. 잊지 않고 '오' 쇼도 꼭 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태양의 서커스'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들이에요. 꼭 잊지 않고 보고 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머나먼 곳에서도 열심히 한국을 알리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으로 태양의 서커스 내에서 연진 씨의 목표도 궁금합니다.

"우선 지금 제가 맡은 아티스트 코치 일을 실수 없이 해내고 싶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쉽지 않은 일이 많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 더 아티스트를 잘 관리하고 코치하고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을 지에 집중하고 싶어요. 더 큰 미래를 꿈꿔본다면, 한국에도 언젠간 이런 공연을 제가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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