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 3·4·5·6구역 모두 공사 진행 중
서울의 과거·현재·미래 혼재된 모습
"맨하탄·허드슨야드 같은 명소될 것"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주변이 다 개발되고 나면 사람들이 더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생기면 세운상가 내 점포들의 업종도 바뀌면서 기존 상가도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지난 15일 찾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돼 있는 상태였다. 재개발이 먼저 진행된 을지로4가역 앞에는 전면이 유리로 둘러싸인 을지트윈타워가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지만, 바로 건너편에는 비닐과 알루미늄 패널을 지붕에 덧댄 낡은 집들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을지로 3가역 인근인 3구역에서 공사벽으로 둘러싸인 채 타워크레인이 부지런히 새 건물을 올리는 동안, 청계천 건너편인 2구역에는 여전히 낮은 건물에 빼곡하게 들어선 오래된 공구상가와 조명가게, 유리세공가게들에는 상인들이 바쁘게 물품을 나르고 있었다.
세운지구 중심에 있는 세운상가와 청계상가에는 수십년 이상 된 옛날 전자상가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1000억원 규모로 추진돼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공중 보행교 연결지점에는 젊은 감성의 카페와 새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을지로3가와 을지로4가, 종로3가와 충무로역까지 서울 중심가 4개 지하철역이 감싸안고 있는 세운지구는 43만9356.4㎡에 달하는 서울 최대규모 재개발 지역이다. 4대문 내 유일한 개발가능 지역인데다 중심업무지구(CBD)와 청계천이 직접 접해있는 주거복합단지로, 재개발 이후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 임기 당시인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4년 철거계획을 취소하고 도시재생 중심의 보존 정책을 펼치면서 약 10년간 수 차례 사업이 좌초됐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인근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세운지구 상가 및 주택 주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개발이) 안되다 보니 이번 개발에 100%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개발이 거의 10년 동안 되지 않았다. 애초 개발 이야기는 거의 3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은 2019년 4월 6구역에서 을지트윈타워가 준공된 이후 속도를 붙여 3·4·5구역이 모두 공사를 시작했다.
세운3구역은 총 10개의 정비구역 모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그중 5개 구역이 공사를 시작했다. 한호건설그룹이 3구역에서 분양하고 있는 10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이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고, 같은 구역에 들어선 756가구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역시 지난해 7월 착공에 들어갔다. 앞으로 예정돼 있는 착공 계획도 많다.
6-3구역은 앞서 을지트윈타워가 준공됐고, 61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가 2020년 착공,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4구역은 모든 보상절차가 완료돼 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5구역은 지난 2020년 2개 정비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착공을 준비 중이다.
상가 임차인들의 반대와 지지부진한 속도 등으로 잡음이 많았던 사업 초창기와는 달리, 재개발 사업이 중반부에 접어든 현재 세운지구 현장에서는 개발사업 이후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오고 있었다.
세운지구 인근의 B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이 근방 상가에서 15~20년 전 헐값의 임대료를 그대로 내 오던 임차인들은 지금도 개발이 안되기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서 받는 월세로 몇십 년간 생활을 이어오던 상가 소유주 분들은 재개발이 빨리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행교가 연결된 상가는 아직 보행교 공사도 끝나지 않아 당장 철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 세워지고 있는 주상복합 건물들의 분양가가 너무 비싸기는 한데, 그 덕에 기존 상가로 새로운 업종 점포들이 들어오게 되면 이곳도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호건설그룹 관계자는 "도쿄 마루노우치가 일본 황궁 주변 재개발을 통해 주거복합 명소로 자리잡고, 뉴욕 맨하탄의 배터리파크시티나, 허드슨야드 역시 재개발을 통해 가장 고급주거복합공간으로 자리잡았다"며 "세운지구는 서울 타지역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지역으로, 세계적인 도심주거 명소로서의 숨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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