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5인, 박병석 등 7명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각하 또는 기각 판결
'외눈박이', '절름발이', '벙어리' 등 발언 지적
"장애인에 또 상처…비하 없인 의견 표명 못하나"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국회의원 6명과 박병석 국회의장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를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홍기찬)는 15일 장애인 5명이 전·현직 국회의원 6명(곽상도·김은혜·윤희숙·이광재·조태용·허은아)과 박 의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의장에 대한 청구는 각하 판결했고,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조씨를 포함한 장애인 5명은 국회에서 장애인 비하 표현이 쓰여 모멸감을 느꼈고 이에 대한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해 4월 장애인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지적한 표현은 '외눈박이', '절름발이', '정신분열적', '벙어리' 등으로,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해당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 의원 6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의장에겐 비하 표현을 사용한 의원들에게 징계권을 행사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패소 판결을 받아든 원고 측 당사자 조태흥씨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또 한번 장애인들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원고들의 대리인 최갑인 변호사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48조 제2항에서 법원의 적극적 조치 등 판결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소송 결과는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소송 중 의원들의 대응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장과 의원들은 모두 이번 소송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으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피고 측) 답변서 내용을 보면 장애인 비하 의도가 없었고 정부 정책 비판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비판이나 의견을 표명할 수 없는 것이냐"며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원고 주성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최근 국회의원 그리고 당 대표의 한 마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지위가 가진 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이 말의 힘을 (알고) 나서서 존중받지 못하는 권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당사자로서 좌절스럽고 앞으로 나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원고들과 대리인은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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