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정통 관료는 정황근(농림), 조승환(해수) 2명
전직 관료 기용해도 외부 경험 한 관료 출신 전문가 발탁
추경호, 박진, 권영세 등 경제, 외교, 통일 분야 핵심 꿰차
현역 의원 등 정치인 입각 최소화 원칙은 유지 못해
1기 내각은 '실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확고한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을 감안해 현역 의원의 차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은 못 지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에서 현역 의원의 차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를 의식해 '정치인 장관'은 소수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경제·외교 등 주요 핵심 부처에 현역 의원을 기용했다.
'순수 관료'로 볼만한 장관 후보자는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조승환(해양수산부) 2명에 불과하다.
정 후보자는 친환경농업정책과장, 농업정책국장, 농촌진흥청장 등을 지냈고, 조 후보자는 해수부 해사안전국장, 해양정책실장,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등을 맡으면서 해당 부처에서 한 우물을 팠다.
반면 당선 후 논공행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의 입각을 최소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인선 원칙은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기획재정부), 권영세(통일부), 원희룡(국토해양부), 박진(외교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등 현역 의원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숙(여성가족부) 후보자까지 정치인 장관은 6명으로 33.3%를 차지한다. 관료 출신(11.1%)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여기에 조태용 의원의 주미대사 내정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현역 의원의 추가 차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같은 인선 결과는 윤 당선인의 관료주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관료 출신을 장관 후보군의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다보니 인사청문회의 무난한 통과를 위해 정치인 의존도가 예상보다 높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추경호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35년간 경제부처에서 관료 생활을 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재선의 국회의원으로 원내 협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윤 당선인도 인선 배경으로 "공직에서의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의 소통도 원만하게 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할 만큼 관료로서의 전문성 외에 국회 경험을 평가했다.
이창양 후보자도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지낸 전직 관료지만, 20여년 전 공직생활을 마감한 데다, 관리 경험은 없다. 대신 관료보다는 기술혁신경제학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SK하이닉스 사외이사,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부 교수 등의 다채로운 경력처럼 관 뿐만 아니라 기업, 학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관료 출신들을 '친정'에 보내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자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 모델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통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부 평판이 좋은 전직 관료를 많이 발탁했지만 상대적으로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야권 인사는 "관료 출신 장관의 비중이 커지면 개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공무원들은 새 정부가 출범해도 2~3년 후에는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레임덕에 걸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집권 초반에도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서 잡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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