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각은 '정치인 왕국'?…정통 관료 비중 낮아

기사등록 2022/04/14 18:33:17 최종수정 2022/04/14 20:05:44

순수한 정통 관료는 정황근(농림), 조승환(해수) 2명

전직 관료 기용해도 외부 경험 한 관료 출신 전문가 발탁

추경호, 박진, 권영세 등 경제, 외교, 통일 분야 핵심 꿰차

현역 의원 등 정치인 입각 최소화 원칙은 유지 못해

[서울=뉴시스]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추가 내각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정황근 전 농촌진흥청장을 발탁했다. 2022.04.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을 끝낸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장관 자리를 꿰찬 것과 달리 정통 관료의 입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차기 정부의 내각에선 관료 출신이 씨가 마를 정도로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기 내각은 '실력'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확고한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을 감안해 현역 의원의 차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은 못 지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에서 현역 의원의 차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류를 의식해 '정치인 장관'은 소수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나, 경제·외교 등 주요 핵심 부처에 현역 의원을 기용했다. 

'순수 관료'로 볼만한 장관 후보자는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조승환(해양수산부) 2명에 불과하다.

정 후보자는 친환경농업정책과장, 농업정책국장, 농촌진흥청장 등을 지냈고, 조 후보자는 해수부 해사안전국장, 해양정책실장,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등을 맡으면서 해당 부처에서 한 우물을 팠다. 
 
반면 당선 후 논공행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역 의원의 입각을 최소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인선 원칙은 다소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기획재정부), 권영세(통일부), 원희룡(국토해양부), 박진(외교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등 현역 의원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현숙(여성가족부) 후보자까지 정치인 장관은 6명으로 33.3%를 차지한다. 관료 출신(11.1%)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여기에 조태용 의원의 주미대사 내정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현역 의원의 추가 차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같은 인선 결과는 윤 당선인의 관료주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관료 출신을 장관 후보군의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다보니 인사청문회의 무난한 통과를 위해 정치인 의존도가 예상보다 높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개 정부 부처에 대한 장관 후보자 인사를 발표했다. 왼쪽 첫번째줄부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 두번째줄부터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세번째줄부터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2022.04.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변화와 개혁을 국정운영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관료 사회의 보신주의를 경계해 정통 관료를 기용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때문에 윤 당선인이 관료 출신을 기용해도 내부 승진 대신 외부에서 발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추경호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35년간 경제부처에서 관료 생활을 한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재선의 국회의원으로 원내 협상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윤 당선인도 인선 배경으로 "공직에서의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의 소통도 원만하게 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할 만큼 관료로서의 전문성 외에 국회 경험을 평가했다.

이창양 후보자도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지낸 전직 관료지만, 20여년 전 공직생활을 마감한 데다, 관리 경험은 없다. 대신 관료보다는 기술혁신경제학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SK하이닉스 사외이사,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부 교수 등의 다채로운 경력처럼 관 뿐만 아니라 기업, 학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관료 출신들을 '친정'에 보내 부처 장악력을 높이고자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 모델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통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부 평판이 좋은 전직 관료를 많이 발탁했지만 상대적으로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야권 인사는 "관료 출신 장관의 비중이 커지면 개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공무원들은 새 정부가 출범해도 2~3년 후에는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레임덕에 걸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집권 초반에도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서 잡음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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