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연말까지 2.0% 이상 올릴 듯"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 시장 전문가 상당수는 한은 금통위가 올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까지 2.0~2.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매 분기별로 올려 연말까지 최소 두 차례 더 올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기준금리의 2%대 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2014년 이후 8년 만에 2%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14년 10월 15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25%에서 2.0%로 낮춘 후 2% 이상으로 올리지 않았었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상반기 5월 26일, 하반기 7월 14일, 8월 25일, 10월 14일, 11월 24일 등 5차례 예정 돼 있다.
주상영 한은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총재 공석임에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초 2분기가 지나면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는 언제가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 대략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연간 4%대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것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전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도 인상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 직무대행이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 내부에서도 물가와 성장 하방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이 많아졌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주 권한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방 위험을 높이는 것은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의 하방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며 "오늘 (금리 인상) 결정은 물가 상방 위험에 보다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었기에 그런 것인데 앞으로는 물가 상방 위험 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더 균형있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종전 1.75~2.0%에서 2.5% 이상으로 치솟은 것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다소 높아진 것 같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미 연준의 빠른 긴축이 예고되면서 기대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기대가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어떤 좁은 범위에 모여있기보다는 다양해 졌다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금통위 의견도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 진것 같다. 물가를 보면 (기준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물가 우려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일관됐던 금통위의 매파색이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현재까지는 성장보다는 물가와 금융불균형에 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했지만 앞으로 성장이 둔화됐을 경우 통화정책의 중심이 성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5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속도조절을 하다가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인상에 나서 연말 기준금리를 2.0~2.5%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5월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주 직무대행도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 '금리인상 파급효과 점검' 문구 삭제된 것이 5월 인상 시사로 해석되고 있는 것과 관련 "파급효과 점검 문구 삭제가 5월 인상 시사로 확대 해석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2.0%가 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조용구 신한증권 연구원은 "4월초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인상 시점은 기존 예상보다 다소 빠르게 이뤄졌다"며 "금통위가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신정부 인수위, 기재부장관 지명자, 차기 총재의 의견을 감안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상영 직무대행의 기자회견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며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했는데 추가 인상은 5월 보다 7월이 더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선제 대응으로 3분기까지 압축적 인상 사이클 진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판단되는 등 7월과 10월 두차례 더 올려 올해 연말까지 2.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후 소수의견이 없었던 등 향후 행보에 대한 시그널이 없었다는 점에서 동결 전망이 우세했으나 미 연준의 빅스텝, 물가 전망 상향 가능성 등에 한국도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 같다"며 "물가 전망에 대한 상향 조정 가능성과 금융안정, 대외적인 통화정책 환경의 변화 요인 등을 감안할 경우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이 기존 전망치인 3.0%를 다소 하회한다고 하더라도 잠재성장률 이상의 수준이고 인플레이션도 물가목표 2%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기조는 향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 전망을 유지하며, 시점은 7월과 10월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전망(8월, 11월)보다 한 달씩 앞당긴 것이다.
김 연구원은 "미 연준이 다음달 사실상 0.5%포인트 인상이라는 '빅스텝'의 인상 행보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번주 뉴질랜드와 캐나다 중앙은행도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도 빅스텝의 인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주요국 대비 기준금리 인상 시작이 빨랐고 이미 1.0%포인트의 인상을 진행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주요국 대비 높은 상황도 아니므로 빅스텝의 인상 가능성은 향후에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5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확대될 경우 올해 기준금리 상단이 2.7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발표될 4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3월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에서의 금리인상 전망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가계대출도 4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차기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으며 시중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점도 우려가 되고 있어 가계대출이 재차 확대될 경우 금융불균형을 강조하는 시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 권한대행이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도 한국의 환율상승과 자본유출 정도가 크지 않다고 밝힌 만큼 기본적으로는 올해 3분기와 4분기 추가 인상하는 등 연말까지 2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면 5월 금리인상 전망이 재차 확대될 경우 기준금리의 최종 상단이 기존 2.25~2.50%에서 2.75%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통위 기자회견이 비둘기적이었던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기자회견을 주재한 주상영 직무대행이 '금통위 위원 간 전망의 레인지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그간 물가에 대한 경계감으로 매파 일변도였던 금통위의 매파성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금통위 테이블 위로 경기 여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국제유가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9달러라는 점에서 국제유가가 현 수준만 유지되더라도 4월 물가상승률은 큰 폭 안정화 될 수 있기 때문에 5월 금통위에서 연속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본격적인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테이블 위로 경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만큼 3분기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 후 동결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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