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도로교통법 일부 위헌 결정 원심서 살펴보지 않아"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술을 마신 뒤 계모로부터 꾸지람을 듣자 화가 나 집에 불을 질러 계모를 숨지게 만든 50대 남성에 대한 사건이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라 대전고법으로 파기 환송됐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4)씨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일부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원심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위헌 여부 또는 그 적용에 따른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해 공소장 변경 필요 유무 등에 대한 심리와 판단을 했어야 한다”라며 “원심이 이를 살펴보지 않고 유죄로 인정해 다시 심리 및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옛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이 과거 음주운전 적발되는 등 전력과 관련해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없고 기간적 제한도 두지 않아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10시께 충남 부여군 피해자의 집에서 술을 마신 채 농기구를 정리하는 등 잠들지 않았고 계모였던 B(83)씨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 않느냐”고 꾸짖자 다툼이 생겼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다음 날 0시 20분께 B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라이터로 거실에 불을 질렀고 잠들어있던 B씨를 매연 흡입으로 숨지게 한 뒤 자신은 빠져나온 혐의다.
특히 범행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25일 낮 12시 50분께 A씨는 부여군 충화면 지인의 집에서부터 약 30㎞를 술에 취해 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는 지난 2009년과 2014년에도 동종 범죄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고 2018년 역시 같은 죄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반복적으로 음주운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피해자가 집 안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러 사망케 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나쁘지만 새로운 양형 조건이 제시되거나 변경되지 않았고 원심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거나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A씨와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유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dh191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