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지지부진…노조 "이재용 직접 나서라"
최대 실적 경신에도 주가 부진…전망 불안
불법 경영승계 의혹 재판에 공정위 고발…악재 계속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부회장에게 임금협상 난항의 책임을 물으며 최고 결정권자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현국 삼성전자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사측과 대화를 하길 원했는데 44개의 요구사항 중 단 하나도 답변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여기까지 찾아왔다"면서 "노조가 사측과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 결정권자를 만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2021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까지 노조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매년 2~3월이면 임금 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4월을 넘겼다.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경쟁사들의 임금 인상이 이어지면서 노조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사측은 이 같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최초로 파업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당장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으며 이 부회장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때까지 계속 행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올 1분기(1~3월) 매출, 영업이익 최대 실적 경신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주가 흐름을 계속 보이는 것 역시 이 부회장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매출액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1000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7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단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행보와 높아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중국 상하이 봉쇄조치 등이 맞물리면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비전 역시 명확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정한 파운드리의 경우 최근 수율(양산품 비율) 논란으로 고객사의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던 M&A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최근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는 2018~2019년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계열사 삼성카드 소속 사외이사가 보유한 회사들을 누락한 채 공정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불법 경영승계 의혹 및 웰스토리 경영승계 관련 여부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그룹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본격 수사에 나섰다. 삼성그룹이 사내급식 물량을 웰스토리에 전부 몰아주면서 웰스토리에 높은 이익률을 보장해줬다는 게 주 내용인데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승계와의 연계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재판도 매주 열리고 있다. 관련 증인이 많아 내년까지 재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리스크로 계속 작용하는 상황이다.
삼성 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문제 등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컨설팅회사 머로우소달리 출신 오다니엘 이사를 IR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12조원 가량의 상속세 재원에 대한 고민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이 부회장의 이름값은 굳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은 이달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CEO 브랜드평판에서 두 달 만에 1위를 다시 차지했다. 줄곧 1위를 지켜오던 이 부회장은 지난달 별세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 잠시 선두 자리를 내줬다가 이달 다시 1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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