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로봇포트로 이동하며 제2사옥 곳곳에 물품배송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플랫폼 등 첨단 기술 반영한 결과물
배송 업무 확대 계획…현재 40대에서 연내 100대까지 늘릴 것
건물 자체가 커다른 첨단 로봇기술 집약체
계속되는 로봇실험…양팔로봇의 진화, 사람과의 상호작용
마스크 써도 알아본다…첨단 얼굴인식 기술도 '눈길'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택배 왔습니다.” 반가운 목소리에 네이버 직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문이 열리자 택배기사 대신 로봇이 서있다. 로봇은 네이버랩스 소속 이샛별(가명)씨 앞에서 적재함을 열었다. 안에는 이씨가 주문한 택배가 들어있다. 이 로봇은 타고 왔던 전용 엘리베이터(포트)를 타고 돌아갔다. 이 로봇의 이름은 ‘루키’. 이날 루키가 6층 배송 구역에서 목적지인 18층 이씨의 책상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5분을 넘기지 않았다.
네이버의 제2사옥 ’1784‘의 풍경이다.
◆배달로봇의 영원한 난제 '수직 이동'도 척척
네이버가 13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제 제 2사옥은 로봇 친화형 건물이다. 연면적 16만5000㎡에 지하 8층·지상 28층 규모다. 연면적만 따지면 서울 구로에 있는 고척스카이돔의 부지 5만7261㎡에 약 3배에 달한다. 네이버 구 사옥인 그린팩토리보다도 1.6배 더 크다. 제 2사옥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만 25대이고, 동시 수용 가능 인원은 5000명에 달한다.
이런 초대형 초고층 빌딩은 배달로봇(루키)을 운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고층 빌딩은 수직 이동이 많은데, 현재의 로봇 운행기술로는 따져봐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고층 빌딩보다 넓은 대지에 세워진 스마트 공장 위주로 배송 로봇이 도입되는 이유다.
네이버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이른바 '로보포트'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일반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호출이 있는 경우 다른 층 이용자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로보포트는 이를 순환 구조로 풀어냈다. 2호선 열차가 원형의 선로를 순환하는 원리다. 이 같은 구조로 6층과 10층에서 동시에 탑승 호출이 있어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네이버 관계자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동시에 전 층을 운행하는 순환식 구조”라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루키는 목적지에 신속하게 찾아갈 수 있다.
루키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에 직접 택배 배송을 찾으러 내려오는 것보다 빠르다”며 “이제 루키 배송만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건물이 거대한 기술 플랫폼…클라우드에서 실시간 명령·자율주행 데이터 받는 로봇
루키의 주된 임무는 아직 ‘택배 배송’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 재택근무 종료시점을 기점으로 루키에게 도시락, 카페 배달 등 수행 업무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루키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랩스의 작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루키’는 클라우드가 두뇌역할을 하는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AROUND)를 기반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루키'는 자율주행 능력은 독보적이다. 그 비결은 뭘까. 1784 건물 전체를 실내 매핑 로봇인 'M2'가 디지털트윈(현실 공간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세계) 으로 제작하고, 이 데이터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현실 건물공간을 그대로 옮긴 가상 공간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클라우드 플랫폼에 올려지는데, 독자 무선망을 통해 건물 내 40대의 루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일일이 개별 로봇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관리가 편하고 효율적이다.
여기에 네이버랩스의 독보적인 측위 기술도 탑재돼 있어 루키의 현 위치 파악은 물론 경로계획까지 정교하게 짤 수 있다. 네이버는 연내 루키 운행 대수를 100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1784는 공간 자체가 네이버의 첨단 자율주행 및 측위기술, 디지털트윈 기술이 집약된 하나의 거대한 ‘기술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네이버랩스가 구상 중인 디지털트윈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 생태계 ‘아크버스(ARCVERSE)’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로봇실험 계속된다…배달로봇 소독하고 그림그리는 로봇
1784에서는 다양한 로봇 실험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양팔로봇 ‘앰비덱스(AMBIDEX)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랩스가 코리아텍과 손잡고 개발한 양팔로봇 앰비덱스는 1784 내 카페 공간에서 배달로봇 ‘루키’를 소독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힘 제어 기술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로봇이 일상 업무를 수행할 때 위치 제어만으로 동작할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힘제어 기술'이다.
드로잉로봇 ‘아르토원(ARTO-1)’도 같은 목적으로 시범 운영된다. 인간은 패드가 부서지지 않게 적당한 힘을 주는 행위가 쉬울 수 있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아르토원’은 사람의 붓터치를 학습해 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로봇으로, 안전하고 정밀한 힘 제어 로봇 기술과 사람의 운동지능을 학습하는 태스크러닝 기술이 접목돼 있다.
이외에 1784 내에서는 IPX(구.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과 '샐리' 모습의 로봇도 활약 중이다. 네이버 서비스 담당자는 "로봇 자체가 일상이 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융합을 기획할 수 있는 곳이 바로 1784"라며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거대한 로봇 실험실에서 앞선 기술과 서비스들이 차례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건물 곳곳에 녹아든 AI 비서”…마스크 써도 얼굴인식 OK·회의 예약 후 조명· 환기조절도
1784 건물 안에서 출입증이 사실상 필요없다. 얼굴인식 시스템 '클로바 페이스사인' 덕분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거나 업무기기를 수령할 때도, 네이버 부속 의원과 식당, 편의점 결제할 때도 사원증을 갖다 대는 대신 얼굴 인식만으로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2~3m 전부터 얼굴 인식이 가능하고,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마스크를 써도 충분히 인식할 정도로 정확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은 사내 메신저 '네이버웍스'로 간단히 건물 인프라를 제어하거나 빌딩 내 다양한 편의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임직원들이 건물내 회의실을 예약한 뒤 네이버 웍스로 온도·조명·환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네이버웍스에 구현된 AI 챗봇을 통해 사내 카페나 식당 실시간 메뉴 대기상황도 체크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1784는 네이버의 업무공간인 동시에 로봇·자율주행·AI·클라우드 등 네이버가 연구·축적한 모든 선행 기술을 망라하고 융합함으로써 네이버의 새로운 혁신을 일궈낼 거대한 기술 테스트베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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