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 대구지검장 "검수완박, 피의자 살맛 나는 세상"(종합)

기사등록 2022/04/13 18:47:36

"검수완박, 국민 삶에 영향 미치는 가장 큰 문제"

"수사·기소라는 것…분리 자체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6000명 수사관 일자리를 뺏는 것…그것이 바로 권한 남용 아니냐"

"위헌적인 법률이 마련된다면…헌법재판소에 가져갈 수밖에 없다"

[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기자 간담회을 진행했다. 2022.04.13. jungk@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김후곤 대구지검장(56·사법연수원 25기)이 지역 언론을 상대로 직접 설명에 나섰다.

김 지검장은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은 국민 삶에 영향 미치는 가장 큰 문제다. 매우 아쉽고 참담한 심정이다"며 "왜 그런 시스템을 없애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김 지검장을 비롯, 정대정 제1차장검사(51·사법연수원 29기), 이창수 제2차장검사(51·사법연수원 30기), 우남준 인권보호관, 조민우 형사제4부장, 차호동 기획검사, 박원길 사무국장 등이 함께했다.

모두발언에서 김 지검장은 "민주당 의총에서 '검수완박'에 관한 의견이 있었다. 법안 내용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며 "내용은 검찰의 수사권을 아주 일부분, 경찰 비위에 관한 수사 정도로 박탈한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범죄 피의자들에게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며 "국민에게 저는 엄청난 피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찰도 관련이 되는 것이다. 경찰은 과연 잘 준비가 돼 있느냐. 이런 기관 간 문제도 있지만 검찰 수사권 박탈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국민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지검장은 "다만 우리나라 검찰은 유독 이렇게 돋보이느냐, 왜 수사를 많이 하느냐 그런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런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말 수사에 필요한 상당성이나 공정성이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저는 그러한 노력은 검찰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야 한다고 본다. 언론, 국회도 감시해야 하고 검찰 스스로도 그런 개혁 작업을 끊임없이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떤 특정한 어떤 정치 구호로서, 대선 구호로서 '검찰 개혁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이제 등장하지 않아야 할 시점이 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뉴시스]김정화 기자 =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수완박 법안 관련 기자 간담회을 진행했다. 2022.04.13. jungk@newsis.com

◆수사·기소 분리,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 분명히 존재

차호동(43·사법연수원 38기) 대구지검 기획검사는 "수사하고 기소라는 것은 분리 자체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만약, 그걸 억지로 떼 냈다고 한다면 검사는 피의자와 피해자를 법정에서 처음 만난다. 이들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들이 어디로 튀어 나갈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공소 유지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것들은 검찰이 잘나서 이것을 기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절대 그런 것 아니다. '수사'와 '기소'라는 과정 자체에서 왜 자꾸 선진 스탠더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어떤 증거가 유죄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과정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보안 수사 요구를 통해 지연되는 등 각종 통계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저희가 단순히 여기서 사건이 이렇게 됐으니까, 경찰이 이렇게 하니까 늦어지니까 이게 문제라고만 지적을 드리는 게 아니다"며 "점점 느려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국민들의 입장은 검찰이 하든 경찰이 하든지 이걸 잘해서 좀 신속하게 좀 간명하게, 빨리 형사사법 절차에서 구제가 되고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 전경사진. 2021.06.10. lmy@newsis.com

◆검찰 조직 내 수사관만 6000명…어떤 이유로 일자리 뺏나?

박원길 대구지검 사무국장은 "검찰 조직 중 수사관이 6000명이다. 여기는(검찰은) 수사만 하는 사람들이다. 경찰은 중간중간 경비도 갔다가 지구대도 갔다가 한다. 그런데 여기는 갈 곳이 없다"며 "수사만 하는 사람들로 굉장히 잔뼈가 굵다. 굉장히 뛰어난 수사 인력이 6000명이나 있는데 이런 엄청난 조직을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냥 검찰 수사 기능 폐지하고 검사 업무만 그냥 하면 끝이냐"고 했다.

이어 "수사관들은 그럼 어떻게 하냐. 수사관들이 검찰직으로 왜 왔겠냐. 수사하려고 왔다. 오랫동안 수사하며 앞으로 (수사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해왔다"며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수사 기능 폐지에 대한) 대안 제시해놓고 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수사관 배치 등 토론을 하는 등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6000명 수사관의 일자리를 누가, 어느 국회의원이, 어느 정부 권력자가 함부로 일자리를 뺏어서 일손을 놓게 하느냐"며 "그것이 바로 권한 남용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04.11. livertrent@newsis.com

◆'검수완박' 헌법소원 가능한 시나리오…헌법, 수사 주체로 '검사' 명시

김 지검장은 "우리 헌법에는 자유, 평등,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여러 가지 권리들이 있다. 그중 헌법상 영장청구권이 검사에게 있다는 것, 그것은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보장하는 조항이다"며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 정말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려고 한다면 헌법도 완전히 개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헌법상 문제들이 지적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검사, 검찰 총장이 규정돼 있고 검사에게 영장청구 기능을 부여하여 인권 보호 및 수사 주체로서의 검사를 명시하고 있다"며 "검사의 수사권이 만약에 폐지가 된다면 이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는 헌법상 검사의 기능과 검찰 제도의 본질을 상충하고 검찰 제도를 통일화시킨다. 따라서 국민적 결단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지검장은 "만약 이런 위헌적인 법률이 마련된다면 나중에는 헌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가져갈 수도, 가져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적법절차도 헌법 원리다.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헌을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4월 국회 중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검찰의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과 다른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청권을 모두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 공소청 법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특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발의 등이다.

대검은 조만간 민주당이 추진하려 하는 검수완박 법안의 원문을 확보해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판단 받는다는 구상인데, 구체적인 방법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