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원격 의료 사업 韓 아닌 베트남에서 시작한 이유(종합)

기사등록 2022/04/13 14:26:10 최종수정 2022/04/14 14:24:24

韓, 규제 걸림돌로 해외도 패싱…연내 현지 법인 설립 후 서비스

기 진출 기업 있지만 韓 의료진 신뢰도 높아 경쟁력 있어

2~3년 시장 안착 이후 동남아 섬나라 국가로 영역 확대

KT는 13일 간담회를 열고 원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KT가 베트남 원격 의료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규제가 적어 첫 시장으로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 이미 여러 사업자가 먼저 진입했지만 한국 의료진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앞세워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원격의료 플랫폼 시범서비스를 출시하고 2~3년 뒤에는 베트남 시장에 안착해 주변 동남아 국가들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KT는 13일 간담회를 열고 원격의료 플랫폼을 중심으로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고훈석 KT 바이오사업P-TF장(상무)은 "연내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세울 계획"이라며 "원격의료 사업을 위한 초기 투자금액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KT는 베트남 원격의료 사업을 위해 하노이의과대학과 만성질환자 대상의 원격의료 시범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 기관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개발 ▲의료 인공지능(AI) 공동연구 ▲현지 의료진 교육에도 협력한다.

먼저 KT는 하노이의대와 함께 만성질환 원격의료 서비스 검증(신기술 도입 전 성능 검증, PoC)에 나선다. 이 서비스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자가측정, 복약관리 운동관리를 포함한 셀프케어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지 의료진을 채용해 ‘돌봄 코디네이터’ 상담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KT와 하노이의대는 의료 AI(인공지능) 솔루션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한다. 이 연구는 KT와 협력중인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황교선 교수의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다. KT는 AI 알고리즘 분석을 담당한다.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KT는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시범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다각화된 서비스 완성을 위해 베트남 정부기관과 제약사, 의료IT 기업 등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KT가 원격의료 플랫폼 사업 첫 진출을 국내가 아닌 베트남을 낙점한 이유는 규제 이유가 컸다. 국내에서는 재외국민이나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지만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 사업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베트남은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 강도가 크지 않고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문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과 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의약품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무역관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의료시장 규모는 2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 상무는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가 있어 해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도 패싱하는 사례가 많다"며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달리 약 처방이나 배송과 같은 부가 서비스에도 규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 속도가 전세계 5위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 인프라는 부족한 편"이라며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시차가 크지 않고 우리나라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많아 협업이 수월한 것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주변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기 용이한 구조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 상무는 "베트남이 동남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여기서 성공하면 주변 국가로의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원격의료 사업은 이미 베트남에서도 지오헬스(Gio health), 이닥터(eDoctor), 닥터애니웨어(Doctor Anywhere) 등이 2~3년 전부터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KT는 오히려 이 상황을 원격의료 사업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추진하는 사업이 현지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KT는 우리나라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를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고 상무는 "베트남에서는 한국 의료 기술 도입에 대한 의지가 높다"며 "우리나라 최고 권위 의료진을 자문위원으로 섭외해 경쟁력으로 삼으면 커지는 베트남 원격의료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KT는 지난해 베트남 국립암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 AI를 활용한 암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적의 현지화를 위해 베트남 현지 디지털 헬스 기업과도 협업해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나아가 2~3년 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주변 국가로도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고 상무는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성공 사례를 구축한 이후 인도차이나 반도와 함께 원격의료 진료가 필요한 동남아 섬나라 국가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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