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정권 교체기 유례 없는 격동의 시기
대북 유화 文정부, 돌연 무기 개발 집중
尹당선인측, 집무실 이전에 국방부 분산
軍 박탈감 심화…실망한 군심 달랠 필요
특히 진보 진영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와 보수 진영이 기반인 차기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 철학과는 정반대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어 군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미사일 개발 속도전은 군 안팎에 궁금증을 남겼다. 임기 내내 남북 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군사 대비 태세는 차순위로 미뤘던 문재인 정부가 돌변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러자 남북 관계에 매달리던 문재인 정부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군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해온 문재인 정부가 북한이 뜨악해 할 만한 무기 개발 성과를 한꺼번에 발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수 정권을 방불케 하는 문재인 정부의 무기 개발 드라이브는 북한의 반발을 낳았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무기 개발 성과 발표를 계기로 이른바 이중 기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자신들처럼 무기를 개발하는데 왜 자신들에게만 제재를 가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역시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북한의 ICBM은 기본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무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굳이 군 연구 개발 조직을 앞세워 ICBM 전용이 가능한 우주 발사체를 시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미사일 개발 업적을 남기기 위해 군 조직을 움직여 성급하게 시험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우주 발사체 발사는 2~3단 로켓 시험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은 빠진 셈이다.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를 쏴 올리는 중요한 시험을 했다면서 핵심인 1단 로켓 없이 성공을 선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무기 개발 업적 쌓기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강한 국방'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북 유화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선 결과와 남북 관계를 모두 놓쳤다.
중도와 보수 표심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보다 더 실질적인 박탈감을 군에 안겼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국방부나 군 수뇌부와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을 중심으로 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장성들이 윤 당선인 주위에서 집무실 이전을 주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 대통령이 추진했다면 엄청난 저항을 받을 사안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보수 성향 대통령이라는 메리트가 군 조직과 기능을 희생시키는 행위를 어느 정도 용인해 줬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에 문제가 생긴다며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던 청와대와 여권도 자칫 대선 불복이라는 역풍을 맞을까봐 슬그머니 발을 뺐다. 무속 관련 인사가 국방부 영내에 들어와 부지를 둘러봤다는 것이 국방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소문까지 나돌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이를 애써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군 관련 첫 행보 역시 한국군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줬다. 윤 당선인은 지난 7일 군 관련 첫 행선지로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를 택했다.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이 아닌 주한미군 사령관을 먼저 만나 친선을 다지는 모습에 군 안팎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윤 당선인이 지명한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의 첫 일성도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1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병사들의 정신 자세를 문제 삼고 간부들의 줄 서기를 비판했다. 엄밀히 말하면 군 기강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남북 화해 위주 정책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이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대신 일선 병사들과 간부들을 타박했다.
이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군 안팎의 문제를 일선 간부와 병사들에게 전가했다는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국방장관 후보자라면 집무실 이전과 국방부 본관 이사로 인한 군의 상대적 박탈감을 위로하는 게 우선이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 후보자가 위로 대신 군 장병들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은 것은 군심을 모으기는커녕 반발심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한국군은 정권 교체기에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차기 정부 양쪽으로부터 정치적으로 활용당하며 소외감을 받고 있다. 성격과 정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양 진영 모두 군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한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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