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후보자, '경제원팀' 이끌고 현안 해결 역량 집중
당선인 민생 안정 최우선 강조…임명 후 시험대 오를 듯
4%대 물가 상승 억제 급선무…국정운영 걸림돌 될 수도
50조 추경 물가 관리 악영향…재정건전성 관리도 강조
"물가 안정 기반 위에 경제 전반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세종=뉴시스] 오종택 이승재 기자 = 경제통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은 경제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과 '경제 원팀' 이뤄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0년여 만에 4%대 상승률로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난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물가 상승과 맞물려 자칫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1호 공약 이행 사업이 서민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한 후보자는 총리 후보 지명 후 일성으로 경제, 영세 상인,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물가가 치솟으며 민생을 어렵게 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100% 넘고 있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되면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과 함께 곧바로 물가 안정을 위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심상치 않은 경제 상황을 보고받고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인수위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현안들은 계속 관심을 두고 진행하되, 시간을 두기로 하고 서민 경제와 직결된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전후로 경제분야 최대 현안은 물가가 될 전망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를 보면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4.1% 올랐다. 4%대 물가 상승률은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한 뒤 3월에는 4%대를 넘어섰다.
경제·통상·외교 분야에 풍부한 경륜과 함께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한 풍부한 행정 경험이 강점인 한 후보자조차도 물가 문제를 해소할 묘수를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수급 우려 등 대외적인 악재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거세고, 각종 식료품, 외식 물가 등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물가 상승 요인이 일거에 폭발하며 고물가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생 안정 대책의 핵심인 물가는 윤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하는 데 있어서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50조원 추경만 해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 금리가 올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한 후보자도 재정건전성 강화를 강조한 만큼 적자 국채를 찍어 추경 재원을 충당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50조원 추경을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오롯이 기존 예산 사업을 조정해서 재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추경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당선인이 약속한 손실보상 현실화를 당장에 지킬 수 없게 된다.
출범 시작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다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민생 안정 대책은 물가 잡기가 핵심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초기 정부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사실상의 시험대로 평가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손실보상을 안 해줄 수 없겠지만 당장 물가를 잡지 못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어 물가라는 최대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경제 분야 현안이 굉장히 험난한 상황에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물가 문제)을 해결 못하면 후폭풍이 불 것이기 때문에 앞에 놓인 숙제가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경제 현안으로 물가 안정과 50조원 규모 추경안 편성만큼이나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도 강조된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국가채무를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없이는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후보자 역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종식까지 단기적으로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재정준칙 도입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너무 느슨하다"며 반대했다. 새 정부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재정준칙을 새롭게 만들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치중할지 관심이다.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규제완화와 법인세, 상속세 등 감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방안은 물론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 등도 새 정부 출범 후 다뤄야 할 주요 현안이다.
다만, 감세와 관련해서는 재정건전성 강화와는 상충된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우선해야 하는데 감세 정책을 펼칠 경우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한 후보자도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총리 시절 당시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부동산 등 감세 정책에 반대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따라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대책을 추진하되,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과 함께 시간을 두고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안정 기반 위에서 경제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각종 규제 개선이나 노동시장 구조 개혁 등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에도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일부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경제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실질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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