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부회장, 그룹 '지배구조 장악'…거래소 통과할까

기사등록 2022/04/08 15:28:31 최종수정 2022/04/08 16:56:40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동원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한 동원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김남정 부회장이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

8일 한국거래소는 이번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는 방안을 심사하기로 하고, 오는 11일 오전 9시까지 동원산업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이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더 단순화하면서 외부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가 동원엔터프라이즈로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는 형태다. 반면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은 다시 자회사 21개를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양사가 양분된 체제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의사결정 속도 등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중간 지배회사이자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지주회사이자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함으로써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체제를 갖는다는 포석이다. 일부에선 동원그룹이 이 합병으로 향후 인수합병(M&A) 등 투자 확대 시 더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의사결정 시 한 단계가 없어지니 더 신속하게 경영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그룹이 동원산업을 지주회사로 선택한 배경도 주목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산업은 그룹의 모회사이자 상장사라는 점을 최고 경영진이 충분히 고려한 것 같다"며 "동원그룹은 196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원양회사인 동원산업 창업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너 경영인이 68% 이상 보유한 비상장 주식(동원엔터프라이즈)을 상장 주식(동원산업)과 합병시켜 상장 주식의 최대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 하느냐는 논란도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벌써부터 이번 합병에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는 모습이다.

동원그룹 입장에서 이번 합병의 주 목적은 김 부회장이 보유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68.3%)을 향후 지주회사가 될 동원산업 지분 48.4%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 1주당 합병가액을 24만8961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최근 동원산업 주가 흐름를 바탕으로 결정했다. 동원산업의 최근 6개월간 주가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 중 하나로 평가 받는데 21만~23만원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김남정 부회장 입장에선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식을 내주고, 그룹 지주회사가 될 동원산업 주식을 받는 것인 만큼 동원산업 주가가 낮을수록 더 많은 동원산업 지분을 얻을 수 있다.

피합병되는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합병가액이 19만1130원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산정됐다고 볼 때 동원산업 1주당  주가가 낮을수록 합병비율은 김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동원산업 주가는 지난해 6월 한 때 30만원을 넘은 적도 있는데 만약 이 때 합병을 단행했다면 김 부회장이 얻게 될 동원산업 지분은 한층 줄어든다. 

일부 증권사는 "동원산업의 액면분할 결정에 따른 유통 주식수 확대는 긍정적이나 비상장 지주사 합병 배경 및 그 효과는 다소 모호하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서울=뉴시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3%를 소유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면 지주회사인 동원산업 지분 48.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전날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추진을 위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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