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사상자 증가…러시아 내 반전 분위기 확산

기사등록 2022/04/07 17:21:29

러 정부 선동에도 반전 분위기 확산

시민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전쟁"

군인들 전투 거부 사례도 늘고 있어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재한 러시아인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2.03.27.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러시아군 사상자도 늘어나면서 러시아 내 반전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대한 러시아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6주가 지났음에도 러시아 시민들은 여전히 구체적인 전쟁의 내용과 학살, 피해 규모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다만 러시아군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반인들이 전쟁 사실을 알게 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알렉산드르 코노노프(32)씨는 그의 형 이반 코노노프(34) 중위를 지난달 군 병원 영안실에서 마지막으로 봤다. 코노노프 중위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철강공장에서 총격전을 벌이던 중 목숨을 잃었다.

코노노프씨는 NYT 취재진에 "영안실로 걸어가던 중 바닥에 늘어선 수십 개의 검은 시신 가방이 언뜻 보였다"고 회상하며 "나의 형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전쟁에서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의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곧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일주일동안 형의 소식을 듣지 못한 한 남성은 "이제 누구에게 연락하면 되냐"며 "이웃으로부터 며칠 안에 형의 시신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어제 들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5일 1351명이 러시아군 내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 측에서 보수적으로 집계한 약 7000명의 사망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 러시아 측에서 제시한 사망 인원의 상당수가 장교라는 이유로 사병들의 죽음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또 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적을 매우 분명하게 선전하고 있다.

사회학자 아나스타샤 니콜스카야 교수는 "1980년대 소련 치하에서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는 다르게, 정부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목적을 안보, 나치즘에 대한 저항 등으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며 "시민들은 이러한 정보들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내에서 정부의 선전에 반대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반전 활동을 위해 결성된 '군인 어머니회'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 속에서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억압을 피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참전한 가족의 생사를 문의하는 이들을 응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투의 위험성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감에 따라 군인들이 징집을 피하려고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에서 활동하는 미하일 베네야시 변호사는 NYT에 "러시아 군과 국가방위군에 소속된 이들로부터 전투를 거부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에 대한 문의를 100건 이상 받았다"고 밝혔다.

베네야시 변호사는 "우크라이나로 가라는 명령을 거부해 해고된 3명의 국가방위대원들을 변호하고 있다"며 "다른 9명은 고소 취하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투를 거부하는 러시아 군인들은 죽이는 것도, 죽임을 당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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