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든 공산품이든 비싸…마트 가기 무서워"
마감할인 노리는 주부들…냉동식품 쌓아 두기도
자영업자도 "숨 막힌다" 가격 인상, 인건비 절감
[서울=뉴시스]정유선 이소현 기자 = #.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50대 이모씨는 평소 휴일 아침에 장을 봤으나 요즘엔 일부러 폐점 1~2시간 전 마트를 찾는다.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마감 직전 '떨이'로 파는 물품을 사기 위해서다. 이씨는 "식당에 가도 '식자재 가격때문에 부득이 가격을 인상한다'는 글귀가 부쩍 많아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4%까지 올라서며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껑충 뛴 원재료 가격에 매출 하락을 호소하며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되는데, 한국은행은 당분간 4%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60대 주부 이모씨는 "요즘 마트를 가면 먹거리든 공산품이든 1000원짜리는 찾아보기 어렵고 3000원, 5000원부터 시작한다"며 "이젠 10만원도 우습게 느껴질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외식 물가도 6.6% 상승률을 보이는 등 크게 오르자 집에서 끼니를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혼자 사는 20대 회사원 김모씨는 밖에서 약속이 없는 날엔 퇴근 후 곧장 귀가한다. 요즘 그의 단골 저녁 메뉴는 냉동 닭가슴살 볶음밥이다.
김씨는 "처음엔 체중 조절을 위해 산 건데 이젠 3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한 끼 때울 수 있어서 자주 먹는다. 물리긴 하지만 매번 요리를 해 먹거나 사 먹기엔 비용이 부담돼서 올해 초부터 계속 쟁여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자친구나 친구들과 만날 땐 어쩔 수 없는데, 가끔 분위기 있는 식당을 가는 날엔 출혈이 크다"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완화에 기대를 걸었던 자영업자들도 좀체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식용유, 밀가루 등 재료 값이 폭등하며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돈가스집 사장 이모(55)씨는 지난달 돈가스 가격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렸다. 최근 18ℓ 짜리 영업용 식용유 값이 4만3000원에서 5만6000원까지 오르는 등 물가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이씨는 "기름, 밀가루, 계란 등 비싼 건 다 들어가지 않냐"며 "작년 2~3월부터 물가가 조금씩 오르더니 이젠 숨을 못 쉬겠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재료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인건비를 줄여 3~4명이 할 양을 직원과 함께 2명이 하고 있는데 너무 고되다"고 말했다.
디저트 메뉴를 주력으로 하는 광화문의 한 카페의 직원도 "밀가루와 원두 값이 많이 올라 원가율에 영향이 있다"며 "아직 가격 인상 계획은 없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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