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행한 구글…방통위 어떤 제재 나올까

기사등록 2022/04/03 09:30:00

구글, 4월부터 새 결제정책으로 '인앱결제방지법' 우회

방통위, 과태료·과징금·이행강제금 등 제재 방안 마련해와

"명확한 기준 설정 아직…사실조사 진행돼야 확정될 듯"

방통위, 유권해석 발표 미뤄… 구체적 조치 마련되나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구글이 이른바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꼼수 우회하면서 국내 IT 업계에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은 전날부터 자사의 어플리케이션(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 새 결제 정책 적용을 시작했다. 앱 개발사들에게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또는 인앱결제 내 제3자결제 방식만 허용하고 아웃링크 등 외부 결제 방법은 금지한다는 게 골자다.

구글이 지난 달 중순 새 결제 정책 도입을 확정 발표한 이후 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의 도입 목적이었던 앱 개발사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 경감이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새 결제정책에 따르면 인앱결제 방식은 최대 30%, 인앱 내 제3자결제 방식은 최대 26%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구글은 인앱결제 외에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하는 만큼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수료율의 경우 과도한 시장 개입 우려 등을 이유로 관련 법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다.

◆구글 결제정책 관련 제재…과태료·과징금·이행강제금 등 불이익

지난해 9월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3월8일), 방통위 고시 마련(3월10일) 등 수차례에 걸쳐 법안을 구체화해왔지만 연이은 손질에도 구글이 빈틈을 찾아내면서 실효성 논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현재까지 마련된 제재 조치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위법 여부 파악을 위한 방통위 사실조사를 한차례 거부할 경우 내게 되는 과태료, 사실조사를 2회 이상 거부할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사실조사 이후 위법 여부가 실제로 파악됐을 때 적용되는 과징금 등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8명 중 찬성 180명, 반대 0명, 기권 8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31. photo@newsis.com
구글의 사례에 해당 조치를 적용해보면 대기업에 해당하는 구글은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위해 요구하는 자료 제출 등을 거부·회피할 경우 곧바로 5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가 지난달 30일 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대기업 전기통신사업자 대상 과태료를 상향하면서다.

1차 거부로 과태료를 부과한 이후에도 방통위는 사실조사 자료 '재제출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재차 회피할 경우엔 이행강제금이 추가로 적용된다. 구글의 경우엔 일평균 매출이 3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명령 이행 시까지 매일 일평균 매출액 0.1% 수준의 이행강제금이 누적돼 달마다 부과된다.

구글이 방통위의 사실조사에 응해 새 결제 정책의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엔 위반 기간 국내 매출액의 2%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방통위가 사실조사 진행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고, 구글 측도 방통위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만큼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에 따라 방통위의 요구에 곧바로 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구글플레이 연매출만 1조원 추산…'고심' 커진 방통위, 유권해석 연기

구글은 구글플레이 등을 통한 국내 매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 9월까지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국내에서 71억1970만달러(약 8조6611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68억2240만달러(약 8조2960억원)으로 95.8%를 차지했다.

단순 계산 해보면 구글플레이의 국내 연매출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구글플레이 이용 규모가 최근 더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래 연 매출은 약 1조원, 일 매출은 약 27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구글을 대상으로 이행강제금 또는 과징금을 어떻게 적용할 지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강제금 제도가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해외 기업이라는 구글의 특성상 매출액 산정 기준을 본사·한국지사·구글플레이 매출 등 어디에 둬야 할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사실조사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만큼 절차가 실제로 진행돼야만 기준이 확립될 수 있다는 게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당초 방통위는 이번 주 중 구글에 대한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후속 조치 보완' 등을 이유로 발표를 다음 주로 연기했다. 방통위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현재까지 마련된 제재 조치 등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보다 명확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부득이하게 일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직접 "(구글의) 위법 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구글이 자사 정책에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자칫 정부와 구글의 소송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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