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단 60주년... 베르디 역작 '아틸라' 초연
"외국 굴지의 오페라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오페라의 대중화' 오랜 과제..."오페라스튜디오 등 인재 양성"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숨겨진 역작, 오페라 '아틸라'를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초연한다. 1962년 창단 기념 작품으로 60년 만에 돌아온 창작 오페라 '왕자, 호동'으로 이번 시즌 문을 연 데 이어 베르디의 '아틸라'와 오는 6월 예정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두 작품을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다.
지난달 29일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대규모 작품으로 제작비가 많이 들어 외국에서도 제작이 어려운 '아틸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우리가 올린다는 건 큰 보람"이라며 "가극의 왕, 베르디의 대작으로 국민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아틸라'는 5세기 중반 유럽을 침략했던 훈족의 왕, 아틸라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아틸라의 군대가 이탈리아 북부 아퀼레이아를 침략하고 그에게 아버지를 잃은 오다벨라는 자신의 연인 포레스토와 아틸라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의도적으로 접근한 오다벨라에게 아틸라는 청혼하지만, 결국 그녀의 칼에 찔려 최후를 맞이한다.
베르디가 활동한 1840~50년대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지배를 받고 있었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포함해 '나부코', '돈 카를로',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등 여러 작품에 조국 이탈리아 독립의 염원을 담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세계적인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맡았다. 20세기 전설적인 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이다.
박 단장은 "유럽에서 연출의 대부라고 불리는 최고의 연출가인 만큼, 50년 경륜을 보여줄 최고의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페라의 대중화'는 오페라계의 오래된 과제다. 뮤지컬이 '회전문 관객' 등 두터운 팬층을 가진 만큼 "오페라도 두 번, 세 번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래는 물론 오페라도 '보는 즐거움'이 같이 가야 해요. 메트도, 유럽도 모두 변화하고 있죠. 보는 즐거움이 어우러졌을 때 종합예술이 돼죠. 시간이 순식간에 갔다며 관객들이 다음 작품의 그림을 궁금해해야 해요. 공연장을 갈 수밖에 없는 매력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죠."
다양한 오페라 공연과 함께 국립오페라단의 중요한 책무로 인재 양성 및 교육을 꼽았다. 지난해부터는 오페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오페라스튜디오 운영을 시작했다. 그는 "사실 인재를 키워내는데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오디션을 통해 20여명의 좋은 성악가를 뽑아 교육했고, 국내외 콩쿠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기를 모집할 당시엔 300여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국립오페라단은 공연과 교육, 투트랙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성악가들에게 국내에서만 배워도 충분하다는 그런 자긍심을 갖게 해줘야죠.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에도 멈추지 않은 공연…"전국 돌며 문화 갈증 해소"
3년째를 맞는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 '멈춤'이 끊이지 않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오히려 공연을 더 많이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만 해도 184회 공연을 마쳤다. 그는 "제작비를 거의 반납한 적이 없다. 서울이 다운될 땐 지방으로 갔다. 국립 단체는 전 국민을 위한 것이기에, 전국을 돌며 국민들의 문화 갈증을 채워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공연의 영상화 및 온라인 상영도 추진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KNOmyOpera)'를 출범했고, 온라인 생중계 및 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장기적으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처럼 양질의 영상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지난 2000년 정동극장 극장장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의정부예술의전당 등 22년여간 예술경영의 길을 걸어왔다. "인생의 절반을 성악가로, 절반을 예술경영을 해왔다. 기관장 생활을 22년이나 할거라고 생각 못했다"고 웃는 그는 이제 임기 6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국립오페라단의 가장 큰 숙제는 전용 공연장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층을 넓히고 국민의 정서를 편안하게 하는 건 국립오페라단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티켓 판매와 무관하게 긴 기간에 안정적인 공연을 하기 위해선 공연장이 필요하다."
박 단장은 "사실 제 꿈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성악을 배우러 오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는 성악만이 아니라 연기, 춤, 오케스트라, 무대미술 등 다양한 예술의 집합체죠. 한국 예술가들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시킬 수 있는 게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백년대계를 위해 전용 공연장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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