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정책 방향은...금리 인상 기조 변화?

기사등록 2022/03/31 14:55:36 최종수정 2022/03/31 16:04:45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3.3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성장' 우려에 이어 우크라이나발 '경제 리스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안정'에서 '성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에서 경기 하방 위험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며 “그런 리스크가 있으면 정책 결정이 쉽지 않은데, 이 세 가지 리스크가 모두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지난 2월까지 (금리) 결정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2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소비자물가 3.1%, 경제성장률 3.0%로 봤던 때와는 달리 세 가지 리스크가 현실화 된만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후보자도 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 등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면전을 고려하지 않고 한 결정인 만큼,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가와 금융불균형을 강조해 온 이주열 총재와 비교해 봐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이다. 이주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가 1.5%로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후보자는 지난 24일 지명 소감에서도 "성장,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을 어떻게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보다는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 후보가 그동안 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를 더 우려해 온 점 등을 고려해 이 후보를 비둘기파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홍효식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2.03.30. yesphoto@newsis.com
이 후보자는 과거에도 '성장'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지난 28일에도 귀국길에 특파원들에게 보낸 소감문을 통해 "최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대외 여건 변화가 성장, 물가, 금융 안정에 주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 정책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 뿐만 아니다. 이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향후 10~20년 내에 일본과 같은 저성장 구조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6월 한국금융학회에서 "부채 급증으로 경제가 어려운 나라는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보다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처럼 금융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먼저 쓰는 것이 낫다"고도 말했다.

또 2017년 1월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재임 때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에서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꺼져가는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정책(추가경정예산)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자가 그동안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꼽아 왔다는 점도 매파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고령화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국면과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민간과 정부의 부채 급증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경제 성장세를 위축시킬 수 있는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제 구조에 오히려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이 우려하는 급박한 속도의 정책 정상화를 넘어서는 긴축 정책 전개 가능성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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