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 협상은 전쟁 일환일 뿐 진지하지 않아"

기사등록 2022/03/30 07:06:56 최종수정 2022/03/30 09:56:45

러군 동부 지역 장악에 집중하면 우크라 반격 어려울 듯

푸틴 아직 키이우 포기안해…전열 정비 뒤 전쟁 이어갈 것

[이스탄불=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가운데)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러시아(왼쪽)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환영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22.03.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터키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우크라이나-러시아 휴전협상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결과지만 러시아는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교관과 전문가들이 밝힌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협상에서 양쪽이 신뢰를 갖도록 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변과 북부도시 체르니히우 인근의 군사활동을 "크게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미 북부에서 진격하지 못하고 있으며 키이우 주변과 키이우로부터 320여km 떨어진 수미 주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수세에 밀려 있다.

로런스 프리드먼 킹스칼리지 런던의 전쟁연구 석좌교수는 "공세 완화는 철수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러시아가 현실에 맞게 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후퇴를 항복으로 보아선 안되며 상황 변화가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진지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에서 이겼다고 선전할 수 있는 보다 나은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러시아는 최소 크름반도에서 돈바스까지 러시아가 장악한 지역을 연결하는 마리우폴을 점령하고 돈바스 지역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주를 확보한 뒤에야 휴전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푸틴은 2개 주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다.

프랑스 전략연구재단 안보전문가 프랑수아 에스부르는 "러시아는 아직 협상을 진지하게 할 입장이 아니다. 더 많은 전과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협상을 점령지를 굳히고 재편성해 식량과 탄약 부족을 겪고 있는 보급이 어려운 지역을 포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고위 당국자들도 러시아군이 포탄 등 탄약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에스부르는 푸틴이 쉽게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드니프로강 동부를 차지한 뒤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고 군대를 보강한 뒤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채텀하우스 로비 니블렛소장은 "협상이 진지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현재로서 양측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동부에 집중하면 우크라이나는 대대적으로 반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블렛 소장은 "푸틴은 아직 키이우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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