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부인과 불…모성애·직원 대응이 참사 막았다(종합)

기사등록 2022/03/29 18:46:39 최종수정 2022/03/29 22:33:43

"아이부터" 직원·보호자 등 신생아 안고 자력탈출

대피 후 산모 45명 타 산부인과 신속 전원 조치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29일 오전 10시9분께 불이 난 충북 청주 한 산부인과에서 대피한 산모들이 아기를 안고 구급차에 타고 있다. 2022.03.29. hugahn@newsis.com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아기들부터 챙겨주세요, 빨리요!"

29일 화마가 할퀴고 간 충북 청주 한 산부인과병원에 큰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직원들의 신속한 대처와 산모들의 모성애 덕분이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먼저 찾는 산모들과 직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큰 피해를 막았다.

이날 오전 10시9분께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한 산부인과병원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병원 6층 신생아실까지 삽시간 만에 번졌다.

불이 났다는 간호사의 외침에 현장은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몇몇 산모들은 연기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내 산모와 직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우선적으로 신생아들을 챙겼다. 산모와 보호자들은 아기의 연기 흡입을 막기 위해 외투와 수건으로 감싼 뒤 품에 꼭 안았다.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산모 등 60여명이 자력으로 대피하거나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사진은 대피한 산모가 이송되는 모습. 2022.03.29. hugahn@newsis.com


이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아기들을 안은 산모와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다.

신생아실 아래층에 있던 산모 A(38)씨는 화재 경보기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가 아기를 안고 내려왔다.

A씨는 "화재 경보기 소리를 듣는 순간 내 아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생아와 산모 대피는 10분도 되지 않아 완료됐다. 입원했던 산모들은 링거를 꽂은 채로 직원의 부축을 받아 현장을 빠져나왔다.

직원 B(24)씨는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불길이 너무 빨리 번져 소용이 없었다"며 "아이들부터 대피시키는 게 우선이었고 주변에 있던 고객, 보호자들이 아기들을 안고 밖으로 재빨리 나갔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2.03.29. hugahn@newsis.com

이날 제왕절개를 준비하던 산모도 화재 경보기 소리를 듣고 수술 전 가까스로 몸을 피했다.

최근 분만으로 안정을 취하던 한 산모는 자력으로 탈출 중 하혈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산모들이 연기를 흡입했다.

병원 밖으로 나온 직원들은 소방당국과 함께 대피한 산모와 신생아 상태 및 인원을 확인했다.

안정을 요하는 환자나 링거를 꽂은 채로 내려온 산모들을 위해 인근 산부인과병원에도 즉각 도움을 요청했다.

B씨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산모, 아기들을 먼저 다른 산부인과로 전원시켰고 다행히 큰 부상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안성수 기자 =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 한 산부인과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2.03.29. hugahn@newsis.com

불이 난 이 산부인과 건물 3개동 안에는 아기 23명을 비롯해 산모 23명, 직원 70명 등 122명이 있었다.

이 불로 10명이 다쳤다. 산모 4명과 신생아 4명이 연기를 마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모 2명은 하혈 증상을 보여 인근 산부인과와 대학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다.

무사히 대피한 나머지 산모와 신생아 35명도 다른 산부인과 5곳으로 전원 조치됐다.

불은 산부인과 신관(10층)과 구관(7층), 본관(5층), 인근 모텔, 차량 10대를 태운 뒤 3시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제천 참사와 유사한 화재였지만 직원들의 대처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비상구 관리도 잘돼 이동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주차장에서 '펑' 소리가 났다"는 목격자의 말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gah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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