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명분없는 지원없다" 원칙 유지
새 정부에 큰 부담…산업정책 방향 촉각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전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체결한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이 자동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기한 내 계약금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2000만원을 납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와 에디슨이 지난 1월10일 체결한 M&A 투자계약에는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까지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즉시 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쌍용차는 즉각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쌍용차 측은 재매각 여건이 지난해 6월 M&A 절차를 시작할 때와 비교해 현저히 개선된 만큼 경쟁력있는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지난해 9월 진행된 쌍용차 본입찰에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SM그룹 등이 결국 불참했던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디슨모터스 측이 이날 쌍용차를 대상으로 법원에 투자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양측간 법정공방이 이어질 수 있단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지난 1년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전기차 자체생산의 경우 초기에 적자가 나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 정도 규모를 갖춘 원매자를 찾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새로운 인수자를 서둘러 찾지 못하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쌍용차의 '인가 전 M&A' 기한은 오는 10월15일까지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00억원, 존속 가치는 6200억원으로 청산가치가 존손가치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은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키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수차례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쌍용차가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한 만큼, 정부로서도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산은도 자금지원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이 계약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입장을 내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며 "더구다나 현 상황에서 자금지원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은 그간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능력과 사업 계획 등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쌍용차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특히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가) 대출 받아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M&A 중에서 가장 안 좋은 방식인 전형적인 차입매수(LBO)"라며 "에디슨모터스 측의 사업 계획성을 따져보겠지만, 그와 별개로 에디슨 측이 얼마만큼 돈을 지원할지 굉장히 신경을 써가며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은 "일각에선 충분한 담보가 있다고 말하고 에디슨 측도 강조하나 담보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산은의 자금지원을 원한다면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은 이전부터 제대로 된 생존 계획을 가져오지 않는 한 지원에 대한 논의도 없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외쳐왔다"며 "더군다나 산은의 경우 부산 이전 등 당면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쌍용차 지원에 신경 쓸 여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쌍용차를 청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와 고용효과가 커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그만큼 크다. 이러한 산업에 자금지원을 거부해 파산하게 되면, 임기 내내 노조 측과 대립각을 세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빅딜' 무산에 이어, 쌍용차까지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향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어, 산은이 새 정부 출범 후 방향을 바꿔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쌍용차 문제가 새 정부 산업정책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파산되도록)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명분없이 자금지원을 결정하자니 다른 기업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라며 "결국 새 정부가 정권 교체기에서 쌍용차 문제를 어느 정도로 중대하게 보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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