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감찰' 소문 스트레스에 극단선택…法 "공무상 재해"

기사등록 2022/03/27 11:05:56 최종수정 2022/03/27 14:20:39

회식자리 감찰 대상 포함에 부적절 관계 의심 소문

법원 "직장 내 소문 모멸감…공무 상당인과관계"

[서울=뉴시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암행감찰 관련 허위 소문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앓고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숨진 소방공무원 A씨의 유가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한 소방서의 팀장이었던 A씨는 2018년 10월께 자신과 동료 소방관 B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하는 소문을 듣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암행감찰 대상자였는데, 이들이 자리했던 한 회식 자리가 감찰 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이같은 소문이 퍼진 것이었다.

이후 스트레스로 우울증상을 호소하던 A씨는 이듬해 3월 불안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고, 같은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유가족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으나 인사혁신처는 사망과 공무·공무상 과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도 A씨 유가족 측의 심사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고인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이 사건 감찰 및 그 이후의 직장 내 소문으로 인해 모멸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상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되자 우울증이 급속히 악화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약 23년간 구급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고인이 2018년 7월께 팀장으로 발령된 이후 화재예방 종합계획 수립 등 기존 업무와 성격이 다른 업무를 수행, 생소한 업무에 적응하느라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은 가족에게 업무 적응상의 어려움을 자주 호소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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