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尹 ICBM 대응 수위 갈등 노렸나

기사등록 2022/03/24 20:29:53

태양절 발사 예상됐지만 24일 전격 발사

한국 내 신·구 갈등 상황에 이간질 시도?

4월 北 도발 지속 예상…남남 갈등 우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24일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가운데 그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충돌이 격화되는 시점에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택일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당초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달 15일 110번째 김일성 생일(태양절)에 맞춰 북한이 ICBM 시험 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짜에 맞춰 ICBM을 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위협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북한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랬던 북한이 24일 전격적으로 ICBM을 쏘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2.03.24. photo@newsis.com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 내 신·구 권력 간 충돌을 틈타 이간질을 시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에서 시작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은 인수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ICBM이라는 대형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을 더 부추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관을 문제 삼으며 보수와 중도 표심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이번 ICBM 발사 후 대응을 놓고도 두 사람 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단 문 대통령은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북한 ICBM 발사 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03.24. photo@newsis.com
군이 이날 북한 ICBM 발사 후 동해상에서 대응 사격을 함으로써 비판의 여지는 다소 줄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언제든 정부 대응을 문제 삼으며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의 도발 강도는 다음달까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여지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대응 수위를 놓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충돌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군사 도발에 따른 '남남 갈등'으로 국론 분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차기 윤석열 정부의 기를 선제적으로 꺾으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4월15일 태양절 이전부터 사실상 강대강 대결이 본격화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는 물론 곧 집권할 윤석열 차기정부의 대북정책도 사실상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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