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얀마 로힝야 탄압 '제노사이드' 규정…"말살 의도"

기사등록 2022/03/22 04:10:01 최종수정 2022/03/22 07:06:43

"공격 광범위·체계적…군 의도, 민족 청소 넘어 말살"

[워싱턴=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미얀마 부분을 살피고 있다. 2022.03.21.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미국 국무부가 미얀마(버마) 군부의 로힝야족 상대 탄압 행위를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로 공식 인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홀로코스트 박물관 연설에서 "버마군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와 인간애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군부의 대규모 무슬림 로힝야족 상대 군사 작전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추산 백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등 외국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정은 블링컨 장관이 국무부의 사실적·법적 평가 및 분석을 검토한 후 나왔다. 검토에 활용된 자료에는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엠네스티 등이 작성한 구체적 문서도 포함됐다.

블링컨 장관은 미얀마군이 로힝야 마을을 약탈하고 살인과 성범죄, 고문 등을 저질렀다며 "지난 2016년 군의 공격으로 거의 10만 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7년에는 미얀마군 공격으로 로힝야족 9000명 이상이 숨졌으며, 74만 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망명을 추진했다고 한다. 블링컨 장관은 "로힝야족을 향한 공격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를 거론, "로힝야족을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말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작전에 참여했다가 탈영한 군인들의 증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탈영 군인 중 일부는 작전 수행 과정에서 보이는 사람을 모두 쏘라거나 여성을 상대로 살인과 성범죄를 저지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네 아이 앞에서 성범죄를 당한 여성의 사례도 거론됐다.

방글라데시 거주 로힝야 난민 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4분의 3이 살인을, 절반 이상이 성범죄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군의 의도는 민족 청소를 넘어 실제 로힝야족 말살에 이르렀다"라고 규탄했다.

지난해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득세한 민 아웅 흘라잉 총리도 거론됐다. 블링컨 장관은 당시 작전을 감독하던 흘라잉 총리가 "벵갈리(로힝야족) 문제는 오래 해결되지 않은 일"이라며 "정부는 이를 해결하려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노사이드 인정으로 미국은 향후 미얀마 현 정부 상대 국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오늘의 결정을 통해 미국은 로힝야족이 족이 집단학살에서 벗어나도록 함께한다는 광범위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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