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위중증 환자·사망자 늘어날 듯
"중환자 수 정점 3월 말~4월 초 전망"
확진자 의료기관 이송 사실상 중단돼
병상 비어 있어도 환자 입원 어려워
"정부, 병상 찰 경우 비판 우려해 통제"
확진 의료진 격리기간 3일도 못미쳐
전문가 "정점 시기, 주 후반 이후 가늠"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20만9169명으로 나흘째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초반에는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이른바 '주말 효과'로 확진자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데다 지난 17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60만 명대로 치솟은 만큼 당분간 위중증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확진자 증가 이후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정부는 2800개의 중증 병상을 확보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상 물리적 한계에 가깝다"면서 "중환자 수의 정점은 3월 말에서 4월 초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글을 올렸다.
문제는 의료 현장의 대응 여력은 이미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서울에서 1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과 병원은 300곳 정도로, 서울 시내 거의 모든 병원으로 보면 된다"면서 "또 코로나19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무더기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염 위원장은 "보건소에서 관리 가능한 재택치료(자가격리)인원 수가 초과돼 (재택치료자가)빨라야 3일 늦으면 5일 정도쯤 전화상담이 가능하고, 아예 전화조차 못 받는 경우도 있어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기 전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총 199만3986명으로, 이 중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의 건강 모니터링을 받는 60세 이상·면역 저하자 등 집중관리군은 30만1156명이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체계가 삐걱대고 있는 것은 방역 지표로도 확인된다. 21일 0시 기준 사망자는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위중증 환자도 1130명으로 14일째 1000명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요양병원·시설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 10명 중 8명이 60살 이상이었고, 하루 사망자의 90% 이상도 60세 이상이었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69%로 아직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위중증으로 진행되기 쉬운 백혈병·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 감염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을 일부 비워둬야 하는 데다 설령 비어있는 병상이 있어도 정부의 통제로 환자를 입원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입원한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외래에서 확진돼도 보건소의 관리감독을 받아 마음대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면서 "정부가 일정 부분을 소개 병상(예비 병상)으로 지정해 지원금을 주고 관리하기 때문에 함부로 입원시킬 수 없다. 병상이 가득 차면 병상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니까 이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폭증에 의료진도 잇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정부가 지난 1월 병원 내 격리자 폭증에 따른 의료마비에 대비하기 위해 각 의료기관에 내려보낸 '업무연속성계획(BCP)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확진된 의료진이 다시 근무하기까지 최소 격리 기간은 3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 전문의는 "인후통과 기침이 계속 있지만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면서 "병원에서 '호전 중이면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진료를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행의 정점 시기와 규모 등은 이번 주 후반에서 다음주 정도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유행의 정점이 꺾여도 감소세가 빠르진 않을 것으로 보여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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