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반대' 러 시민들, 일자리 잃어
SNS에 "국가 선전 안할 것" 올렸다가 해고
당국, 시위대 체포하거나 징역형 내려 탄압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는 러시아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는 28세 지리교사 캄란 마나플리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마나플리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나는 국가 선전의 거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나는 나만의 의견이 있고, 정부의 입장과 같지 않다"고 적었다.
그는 얼마 전 학교 직원 회의에서 당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정부 입장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후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자신의 의견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마나플리는 게시물을 올린 지 두 시간만에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마나플리는 BBC에 "(게시물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며 "이 게시물을 두고 논쟁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퇴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그는 사직서를 내러 학교에 갔지만 교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마나플리는 "(학교 경비들은) 나를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학생들이 나와 작별 인사를 하자 누군가 경찰에 불법 집회로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틀 뒤 '부도덕한 행동'으로 해고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개인적인 의견 표현이 도덕성과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 국영 기업인 모스키노 영화관에서 매니저로 일한 카티아 돌리니나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돌리니나는 문화계 종사자들이 참여한 '특별군사작전 반대' 성명문에 이름을 올렸고, 돌리니나 사측은 그에게 이름을 내리거나 퇴사하라고 전해왔다.
결국 퇴사를 결심한 돌리니나는 BBC에 "내 일을 사랑했고, 잃고 싶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특별군사작전'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 시위대는 체포하거나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강압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페이스북)가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폭력 조장을 허용했다며 러시아 내 인스타그램 접속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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