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언론·에너지·정치…러 제재 대상들, 푸틴과 어떻게 연결되나

기사등록 2022/03/17 17:33:46 최종수정 2022/03/17 17:33:58

WP 석유 경영자·신흥 재벌·언론계 거물 등 핵심 인물 지목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AP/뉴시스]2021년 7월 31일 이고르 세친(왼쪽) 로스네프트 CEO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레닌그라드 지역 라도가 호수의 코네베츠 섬에 있는 코네프스키 수도원을 방문하고 있다. 2022.03.17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 러시아 고위 인사들에 대해 제재를 가한 가운데 미 언론이 그들이 푸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분석 기사를 냈다.

올리가르히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경제를 장악한 신흥 경제 특권 계층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석유 경영자, 철강 재벌, 언론계 거물, 스파이 책임자 등 푸틴을 둘러싼 광범위한 정치 및 경제 엘리트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들을 지목했다.

이들 중 일부는 최소 10억달러(1조2145억원)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영국 또는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이 됐다.

서방의 집중적인 제재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은 러시아의 신흥 재벌, 일명 '올리가르히'다. 옛 소비에트 연방의 자산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등 중요 사업 분야를 차지하며 부를 축적한 이들이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전 유도 파트너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 사업가이자 첼리스트인 세르게이 롤두긴, 은행 거물 페트르 아벤 등이 대표적이다.

올리가르히 중에 서방과 가장 친근한 인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그는 푸틴과의 직접적인 금전적 관계를 오랫동안 부인해왔는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주 러시아 재계 지도자들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아브라모비치가 푸틴 정권과 연관된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재벌에 이어 푸틴이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분야는 미디어다.

러시아에서의 선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부분이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독립 언론이 거의 사라졌고, 많은 언론 매체들이 국영이거나 푸틴에 충성하는 과두 정치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번 달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 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최고 15년의 형벌을 부과한다.

지난달 다수의 언론계 인사들을 제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은 공식 저널을 통해 이들 모두가 러시아의 플랫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 주권, 독립을 훼손하거나 위협하는 행동이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도 러시아 언론 인사를 제재 목록에 지정했는데 여기에는 편집자, 작가, 언론인, 토크쇼 진행자 등이 포함됐다. EU는 이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속한다는 거짓을 포함한 반우크라이나 선전을 퍼트렸다고 전했다.

푸틴과 에너지 산업도 밀접한 관계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검증된 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에너지 부국이자 세 번째로 큰 석유 생산국이다.

특히 유럽은 가정과 발전소 난방을 위해 러시아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푸틴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석유·가스업체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장인 이고르 세친은 푸틴 대통령과 깊고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부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1980년대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비밀 요원으로 근무한 니콜라이 토카레프는 송유관 업체 트란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푸틴의 장기 집권을 돕는 정치인들도 비호 세력으로 꼽힌다. 푸틴은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2020년 1월 갑작스러운 내각 개편을 실시했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 등이 거론된다.

미 재무부는 이달 페스코프의 부인과 성인 자녀 2명을 지목하면서 이들이 페스코프의 공무원 급여와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푸틴과 페스코프의 인맥이 가진 부정한 재산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 영국, 스위스, 유럽연합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를 제재 대상으로 삼았고, 캐나다는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을 제대 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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