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절반 이상 2030으로 채워…'젊은 민주당' 쇄신에 방점
'윤호중 비대위' 비토론도 여전…'이재명 옹립' 주장에 험로 전망
민주당은 비대위의 절반을 2030세대로 채우며 '젊은 민주당'에 방점을 찍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n번방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 활동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당 원내외 인사 6명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인선안을 발표했다.
비대위원으로는 채이배·배재정·김태진·권지웅 등 4명의 원외인사와 조응천·이소영 의원 등 2명의 원내인사가 선임됐다.
비대위 면면을 보면 민주당이 지향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다. 2030을 중심으로 한 당 쇄신이 그것이다.
우선 윤 위원장과 함께 공동으로 민주당 비대위를 이끌게 된 박 공동위원장은 지난 2019년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당시 '추적단 불꽃'의 일원으로 언론제보와 수사기관 신고 등을 통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20대 대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2030 여성 표를 이재명 후보로 끌어오는데 역할을 했다.
또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이자 청년 창업가인 김태진 동네주민대표, 선대위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권지웅 민달팽이협동조합 이사, 기후·환경·에너지 전문가로 민주당 영입인재 출신인 이소영 의원 등 절반 이상을 2030세대로 채웠다.
바른미래당 출신으로 지난해 말 입당한 '재벌저격수'라는 별명의 채이배 전 의원도 40대의 '젊은 피'로 통한다.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를 통해 대선 패배 후폭풍을 수습하고 당을 재정비하는 작업과 함께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비록 대선에서 우리가 패배했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더 새로운 민주당, 더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며 "국민에게 다시 사랑과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 겸손과 성찰을 원칙으로 모든 것을 바꾸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그 길에 저를 포함한 비대위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고 벽을 만나면 문을 만든다는 각오로 민주당의 쇄신을 선도하겠다. 절실하게 간절하게 변화하겠다"며 "결단하고 성찰하며 과감히 혁신해 다시 희망의 씨앗을 심겠다"고 했다.
이번 비대위 인선을 놓고 진보적 성향의 젊은 층이 지지하던 정당에서 어느새 4050만 열광하는 정당으로 늙어버린 민주당의 쇄신 의지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윤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와 이른바 '이재명 비대위원장 옹립론'이 해소되지 않아 험로도 예상된다.
원내대표로 이번 대선을 치른 윤 비대위원장의 사퇴와 이재명 후보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주장해 온 김두관 의원은 이날도 페이스북에 "공동비대위원장 박지현은 탁월한 인선이고 일부 참신한 인물도 보인다. 하지만 윤 비대위원장 사퇴가 없다면 소용없다"며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고문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떠나 현재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최선으로 이끌 사람은 이재명이 분명하다. 수십만 대군도 대장군 없이 출전하면 전멸"이라며 "적어도 윤호중은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와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자는 물론 민주당의 혁신을 바라는 당원이라면 모두 윤 비대위원장을 반대해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의 비대위는 여전히 안일하고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에게조차도 의견한번 제대로 묻지 않고 개혁과제 미완수에 총체적 책임이 있는 윤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삼았다"며 "이는 지방선거마저 미리 포기한거나 다름없다"고 썼다.
이어 "지금의 윤호중 비대위로는 안된다. 비대위 구성에서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함이라는 주장은 당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의 변명일 뿐"이라며 "윤 비대위원장은 진짜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적임자인지를 당원들과 국민들께 묻고, 서둘러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이 후보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이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거나 지방선거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 후 도올 선생을 뵀다.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 된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아껴야 한다고 하셨다"며 "그렇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미래 정치를 위한 또 하나의 기회가 아닌, 희생과 헌신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윤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진정성을 어떤 형식으로든 보여주어야 하며 그럴 때 당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윤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내 일각의 '이재명 등판론'에 대해 "앞으로의 거취는 이 후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지했던 사람들로서 후보에게 시간을 드리는 게 어떨까"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지선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씀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역시도 후보가 결정할 일이라 본다"며 "결정을 하면 그걸 존중할 생각을 하면 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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