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궤도 위성 발사 시 하루 2회 이상 감시
北, 사운딩 로켓 시험 중…군집위성 시사
대북 제재로 위성 부품 제대로 공급 의문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0일 극궤도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북제재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은 자체 기술로 위성을 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위성을 개발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 동기 극궤도에 다각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태양 동기 위성이란 곧 극궤도 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남극과 북극의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같은 지역을 하루에 두 번 이상 지나므로 자주 관측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남극과 북극을 남북으로 돌게 되면 지구 어디든 볼 수 있고 태양을 만나는 시간이 길어서 에너지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극궤도 정찰위성 발사를 언급함으로써 최근 북한의 미사일 고각 발사가 위성을 위한 시험이었음이 재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각 발사를 통해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 시험을 해왔다고 봐왔다.
북한이 사운딩 로켓 실험을 하고 있다고 분석해온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결국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시험에서) 600㎞ 고도까지 올린 것은 스커드 ER을 쏴서 사운딩 로켓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커드 계열이 가격이 싸다. 고체 미사일은 가격이 비싸다. 북한이 이것으로 ICBM 시험을 한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밝힌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한국군이 발사를 계획 중인 군집 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연상시킨다. 장영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다량의 군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한다고 한 것은 군집 위성을 개발해서 궤도에 올려서 정보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도 군 정찰위성을 군집으로 쏘고 초소형 위성을 수십기 개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주요 선진국 수준의 위성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해상도가 높지 않다.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지만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은 상공에서 일반 사진 촬영을 한 수준으로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정찰위성이 되려면 1m 이내를 식별 가능해야 한다"며 "1m 이하면 도로에 중앙선은 물론 트럭인지 승용차인지가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위성을 위한 부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장영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 스페이스 사업이 활성화돼 저비용에 위성 구성품을 살 수 있지만 북한은 제재를 당하니까 못 산다"며 "그래서 자기들 나름대로 다 개발해서 우주 환경 시험을 한 것인데 북한처럼 미사일을 쏴서 시험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성 개발 비용도 문제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위성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열진공 챔버, 소음 진동, 랜덤 진동 시험, 전자파 시험, 음영 챔버 등 우주 환경 시험 장비를 다 갖추려면 우리 돈으로 400억~500억원이 든다. 최대 1000억원까지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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