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궤도 위성 발사 시사…대북제재로 성능은 물음표

기사등록 2022/03/10 08:37:14 최종수정 2022/03/10 08:46:16

극궤도 위성 발사 시 하루 2회 이상 감시

北, 사운딩 로켓 시험 중…군집위성 시사

대북 제재로 위성 부품 제대로 공급 의문

[서울=뉴시스]김정은,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2022.03.10.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10일 극궤도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북제재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북한은 자체 기술로 위성을 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위성을 개발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 동기 극궤도에 다각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태양 동기 위성이란 곧 극궤도 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남극과 북극의 상공을 통과하는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같은 지역을 하루에 두 번 이상 지나므로 자주 관측할 수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남극과 북극을 남북으로 돌게 되면 지구 어디든 볼 수 있고 태양을 만나는 시간이 길어서 에너지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극궤도 정찰위성 발사를 언급함으로써 최근 북한의 미사일 고각 발사가 위성을 위한 시험이었음이 재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각 발사를 통해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 시험을 해왔다고 봐왔다.

[서울=뉴시스]김정은,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2022.03.10.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사운딩 로켓이란 무중력 연구 등 목적으로 발사하는 실험용 로켓이다. 사운딩 로켓은 레이더 상에서는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북한이 사운딩 로켓 실험을 하고 있다고 분석해온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결국 북한이 (최근 미사일 시험에서) 600㎞ 고도까지 올린 것은 스커드 ER을 쏴서 사운딩 로켓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스커드 계열이 가격이 싸다. 고체 미사일은 가격이 비싸다. 북한이 이것으로 ICBM 시험을 한다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밝힌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한국군이 발사를 계획 중인 군집 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연상시킨다. 장영근 교수는 "(김 위원장이) 다량의 군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한다고 한 것은 군집 위성을 개발해서 궤도에 올려서 정보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도 군 정찰위성을 군집으로 쏘고 초소형 위성을 수십기 개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주요 선진국 수준의 위성 기술을 확보했는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해상도가 높지 않다.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지만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은 상공에서 일반 사진 촬영을 한 수준으로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정찰위성이 되려면 1m 이내를 식별 가능해야 한다"며 "1m 이하면 도로에 중앙선은 물론 트럭인지 승용차인지가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김정은,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2022.03.10. (사진=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춘근 위원은 북한이 최근 시험에서 찍은 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해 "사진을 안 보여준 것은 미사일(을 활용한 시험)이라 지구와 수평이 되는 시간이 짧고 각도가 빠르게 변해서 자세 제어 정밀도가 낮기 때문일 듯하다"며 "보여주면 바로 기술 수준이 탄로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위성을 위한 부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장영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 스페이스 사업이 활성화돼 저비용에 위성 구성품을 살 수 있지만 북한은 제재를 당하니까 못 산다"며 "그래서 자기들 나름대로 다 개발해서 우주 환경 시험을 한 것인데 북한처럼 미사일을 쏴서 시험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설명했다.

위성 개발 비용도 문제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위성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교수는 "열진공 챔버, 소음 진동, 랜덤 진동 시험, 전자파 시험, 음영 챔버 등 우주 환경 시험 장비를 다 갖추려면 우리 돈으로 400억~500억원이 든다. 최대 1000억원까지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