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 진출 공식화한 현대차…서두른 배경은?[車블랙박스]

기사등록 2022/03/08 06:06:00 최종수정 2022/03/08 08:54:44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달 중으로 열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중고차사업 운영과 상생 방안 등을 밝히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지난 7일 발표한 중고차사업 방향에 따르면 현대차는 5년 10만㎞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인증중고차(CPO)'를 판매한다. 기아와 제네시스 역시 향후 별도의 비전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국내 최고수준의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을 위해 자사가 보유한 제조·에프터서비스(AS) 기술력을 활용,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한다.

현대차는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현대차는 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과 중고차 적정가격 매입이 지속되면 차량의 잔존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미국 등의 해외시장을 참고해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업계 등 모든 중고차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하려는 중고차의 사고유무와 보험수리 이력, 침수차 여부, 결함 및 리콜내역, 제원 및 옵션 정보 등 차량의 현재 성능·상태와 이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중고차를 매각하려는 이들에게는 적정가격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내차 시세 서비스'를 선보인다. 적정가격 산정 서비스는 고객이 자신의 중고차를 매각할 때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고차시장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현대차는 특히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한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입이 막힌 것은 2013년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수입차업체들이 국내에서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수입 완성차의 인증중고차 사업은 차량의 잔존가치를 끌어올려 신차 판매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였다. 중고차시장이 혼탁해지며 소비자단체들 역시 중고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2019년 2월 중고차판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후 완성차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는 상생안 도출을 위해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업계간 갈등만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법정기한인 2020년 5월에는 결론을 냈어야 했지만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중소기업부는 지난 1월14일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었지만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3월 대선 이후인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업계는 오는 6월 또다른 정치이벤트인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있어 다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12월 올해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2019년 2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상황인 만큼 완성차업계 등 대기업의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월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서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하며 중고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향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이 정부 결정 전에 중고차사업 계획을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고차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사회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공급망 위기로 신차 공급이 지연되고,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며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중고차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완성차기업의 중고차사업을 막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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