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산불 이재민들 "갈 곳이 없어요" 한숨만

기사등록 2022/03/05 07:57:28 최종수정 2022/03/05 09:21:51

경북 울진 산불 이재민 대피소…400여 명 모여

화마 속 건진 건 휴대전화 하나 뿐

[울진=뉴시스] 이바름 기자 = 5일 오전 7시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에 산불 이재민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3.05. right@newsis.com
[울진=뉴시스] 이바름 기자 = “한숨도 못 잤죠. 집이 다 탔는데 잠이 오겠습니까. 갈 곳도 없어져서 막막합니다.”

5일 오전 7시가 덜 된 시점,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에는 400여 명의 산불 이재민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눈이 붉게 충혈된 채로 연신 휴대전화를 들었다놨다 했다. 화마 속에서 건진 건 손바닥만한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의지할 곳 역시 휴대전화가 전부였다.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누군가에게 푸념하듯 늘어놓거나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나는 괜찮다”며 애써 웃으며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불편한 바닥에 몸을 비스듬히 누인 채 쉴 새 없이 몸을 뒤척였다.

이들은 전날 오전 11시께 발생한 산불로 집이 전소되거나,삽시간에 번져가는 산불에 생명에 위협을 느껴 대피소로 피난 온 울진군민들이었다.

체육관 내에서는 “집으로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마을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움직이셔야 해요”라는 안내방송이 연신 나왔다.

밤사이 산불이 지나고 난 뒤 자신들의 집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주민들 일부가 체육관을 떠나려고 하자 나온 방송이었다.

휴대전화를 통해 상황을 확인하려는 주민들 사이로 방송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짐을 챙겨 떠나는 몇몇도 보였다.

울진 부구리 주민 A씨는 “어제 오후 4시쯤부터 이곳에 와 있었다. 두천리에서 산불이 났다고 뉴스를 봤는데, 얼마 안돼서 우리집까지 불이 번졌다. 사방이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집이 다 타고 없어져서 돌아갈 곳이 없다. 여기서 얼마나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면 주민 B씨는 “집은 물론이고 기르던 닭과 토끼들도 모두 불에 다 타버렸는데, 어젯밤 소방서에서 전화가 와서 소방차 이동에 방해가 되니 집 앞에 차 좀 빼달라고 연락이 왔었다”며 “돌아갈 집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전화를 하는 게 말이 되나.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 154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로 5일 오전 7시 기준 울진지역 주택 116개소, 비닐하우스 7개소, 교회 1개소 등 158개소가 전소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소방당국은 잠정 집계됐다.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 57대 등을 투입하는 등 이틀째 진화 작업에 돌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igh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