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생산품도 수출 제한 가능…화웨이 제재와 유사
삼성전자, 5대 고객 중 하나인 화웨이와 거래 끊겨
반도체 넘어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으로 확산 우려
업계 "러, 반도체 주요 소비국 아냐…영향 적을 것"
특히 미국은 중국 정보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적용했던 경제 제재 방식(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대(對) 러시아 제재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對)러시아 수출 전선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은 독자적으로 총 57개 품목·기술의 대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제 대상은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다.
이들 품목은 수출허가 심사 시 거부정책(policy of denial)을 적용 받는다.
특히 특정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 생산제품에 대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도 실시한다. 이는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규칙은 미국의 수출제한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20년 9월 화웨이에 대해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주요 고객사였던 화웨이와 거래가 끊기는 등 상당 기간 혼란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종전까지 화웨이가 5대 매출처에 해당했으나, 제재 이후 명단에서 빠졌다. 미국 제재의 영향으로 거래가 끊기는 것도 문제지만, 공급선 전환 등 각종 경영 활동에도 여파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불안감을 안은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일단 직접 수출되는 반도체는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된 부품이 들어가는 소비 가전 제품의 수출은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대로 1위를 차지했다. 또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 모니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세탁기, TV, 냉장고를 생산해 유통하고 있다. 양사 모두 러시아 내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산 반도체가 들어가는 자동차와 부품 수출도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한국의 러시아 수출에서 자동차·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6%다. 부품 수출길이 막히면 현지 공장도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 차질도 문제지만 서방 제재의 영향으로 현지 소비 위축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소재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을 포함한 반도체 원료 가스의 주요 공급 국가이다. 특히 전 세계 네온 가스 용량의 거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스의 경우 현재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입선 대변화 등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군사적 침공에도 과도한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 경계감을 밝혔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노이퍼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지만 러시아는 전 세계 반도체 구매에서 0.1%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직접 소비국은 아니다"고 밝혔다. SIA는 시장조사기관 IDC 데이터를 인용해 러시아 ICT 시장은 4조4700억 달러 중 약 503억 달러 규모다.
그는 또 "반도체 산업은 주요 재료 및 가스의 다양한 공급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즉각적인 공급 중단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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