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동물학대와는 다른 양상
통제성·과시욕·정당화 등 배경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고양이를 가둔 뒤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이 게시됐다. 게시자 A씨는 게시글을 직접 삭제한 이후에도 영상 원본을 촬영, 소유한 것을 인증하는가 하면 영상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더 많은 털바퀴를 잡아 태워버리겠다", "청원 동의 개수만큼 번호표 매겨가며 태워버리겠다" 등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또 "사람 문제 해결하기도 바쁜데 경찰이 해주겠냐"며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는 동물에 대한 극악한 폭력 행위로서도 문제지만, 발달한 정보 통신망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가하기도 한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급증한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 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타인에 대한 통제성, 과시욕, 자기 정당화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온라인 동물학대 범죄 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는데 이 같은 분석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온라인 동물학대 가해자의 특징 중 하나는 통제성"이라며 "자신이 게시한 학대 사진,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충격받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등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것에 만족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고양이·토끼·너구리 등을 살해하고 그 과정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이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 이 사건 가해자도 "처벌 안 받을 거 아니 짜릿해진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최 팀장은 "대중의 반응을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댓글이나 추가 게시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자신은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자기 과시적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양이를 '털바퀴', '털레반' 등으로 부름으로써 해충과 비슷한 존재이므로 괴롭히거나 죽여도 괜찮다는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학대 행위가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정당화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동물학대가 범행동기 및 범죄행동적 측면에서 전통적 동물학대와 구분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경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프로파일러는 "전통적 의미의 동물학대는 학대범의 다혈질적 성향, 공감능력 부족, 스트레스 해소 목적 등의 범행동기를 갖는다"면서 "범행이 습관적 혹은 충동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은밀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최근 발생하는 온라인 동물학대의 경우 학대범들이 학대 행위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유대감을 강화해 집단 내 명성을 획득하려 하는 한편 적대시하는 집단에는 적대감을 표출하고 약올리거나 괴롭히려 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성이 전제된 상황에서 학대 행위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만족감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광고한다는 분석이다.
동물단체들은 온라인 동물학대가 동물에 대한 범죄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범죄이기도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동물에 대한 극악한 폭력 행위를 넘어 발달된 정보 통신망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가하는 인간에 대한 범죄이기도 하다"며 "'고어 전문방' 참여자 처벌 요구 국민청원에 27만명이 참여한 것만 봐도 학대자들이 우리 사회에 가한 폭력의 크기와 심각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늘어가는 모양새댜.
지난달 발생한 디사인사이드 고양이 학대 사건과 관련해서는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갤러리를 폐쇄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이 제기돼 24일 기준 21만3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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