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하는 의사 "이재명 '타투 합법화' 공약 내세웠지만…"

기사등록 2022/02/17 05:00:00 최종수정 2022/02/17 08:29:44
[서울=뉴시스] 타투하는 의사 ( 사진=스리체어스 제공) 2022.02.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취향인가 혐오인가? 30년째 공전 중인 타투 합법화 논란에 대해 현직 의사이자 타투이스트가 답한다.

1999년부터 타투 전문 클리닉 빈센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명신 성형외과 의사는 타투 제거 시술을 하다 우연한 계기로 타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타투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의사 겸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수천 건의 성형 수술을 한 의사로서 타투는 기계적 행위에 머물러 있던 삶으로부터의 일탈이었다"며 "자로 재듯 정형화되어 있는 성형 수술과 달리 모든 시술이 새로운 작품이 되는 타투의 세계는 순간마다 경이로웠다"(p.18)

책 '타투하는 의사'(스리체어스)를 출간한 그는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배경부터 우리나라에서 타투가 합법화되지 못한 진짜 이유를 밝힌다.

그는 여러 번 고민 끝에 지금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현행법으로는 타투이스트와 시술자 모두 '을'이 되는 기형적 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타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몸에 그림을 새긴다는 상상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 실제 이 산업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이들만이 오랜 관습이 관성적으로 유지되는 걸 반길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침습적인 시술 행위, 주입하는 잉크의 위험성 등에도 불구하고 타투 산업이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경험적 인식이 이미 대중들 사이에 폭넓게 쌓여 있다. 그래서 관성이 생긴다. 하던 것을 계속하는 관성은 정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길을 돌릴 수는 있어도 막을 수 없고, 언젠가는 넘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소확행’ 45번 공약으로 타투 합법화를 내세웠다. 대선이 코앞인 현시점 급히 내거는 수십 개의 공약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타투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부동산과 취업 등에 관한 거대한 공약들에 쉽게 묻히며, 여전히 소수가 자유를 외치는 부담스러운 이야기로 들린다.

이 책은 타투업 양성화 추진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도모하는 행동 강령은 아니다. 다만 타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불만과 차별을 걱정이란 미명으로 어디까지 합리화할 수 있을까. 타투 합법화 갈등은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용인해 온 차별을 보여 주는 하나의 단면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처는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오늘 없다고 해도 내일 생길 수도 있다. 말과 행동에서 수많은 상처에 노출되는 게 일상인 현대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그 상처를 모두 현대 의학으로 가릴 수는 없다. 타투를 바라보는 편견은, 이제 빛바랜 사진첩처럼 과거에 묻어 두었으면 한다."(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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