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촉에도 윤석열 침묵 이유…”지지율 높은데 왜?”

기사등록 2022/02/16 07:00:00 최종수정 2022/02/17 16:18:25

①안철수 지지율 하락 ②지지층 집결 ③담판 방식 관철

윤석열 38.8%·이재명 33.2%·안철수 8.4%…安만 하락

尹, 공식 선거운동 첫날 '단일화' 언급 없어...유세에 집중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방식두고 신경전...담판식vs여론조사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2.02.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협상 촉구에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사실상 침묵하는 모양새다.

시간이 갈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고,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지지층 집결 등에 주력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안 지지율 하락?…尹·李만 상승세

16일 뉴시스 종합결과, 안 후보측은 지난 13일 처음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한 뒤로 연일 윤 후보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단일화 결렬'까지 언급하는 등 국민의당은 사실상 배수진을 친 상태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13일부터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단일화에 대해선 제가 언급하지 않겠다", "더는 말씀 드릴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급하지 않다"고 했다. 실무협상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협상팀도 없고 논의도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선대본 관계자에 따르면 권 본부장은 14일 단일화와 관련해 일체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선대위 참모들 사이에서 안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권 본부장이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침묵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하락세를 보이는 안 후보의 지지율인 것으로 보인다.

칸타코리아가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의뢰로 12~13일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8.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3.2%, 안 후보는 8.4%를 기록했다.

윤 후보와 이 후보는 각각 3.3%p, 2.2%p상승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3.7%p하락세를 보였다.(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 위원회 참조)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안 후보는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보다 3배정도 높다. 물론 야당 후보 적합도를 보면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게 나오지만 그래도 거대 야당의 후보인 윤 후보가 서두르거나 연연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단일화가 급한 건 윤 후보가 아닌 안 후보라는 계산도 작용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번에는 국민의힘 쪽에서 단일화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윤 후보가 독자적으로 홀로해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지층 결집부터...安지지율이 尹에게 100%갈까?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경부선 하행선을 따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윤 후보는 평소와는 달리 여러 일정 이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윤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언급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단일화로 이슈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공식 선거운동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가 각각 3.3%p, 2.2%p 상승했다는 것은 양 진영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세를 몰아 20여일 남은 대선에서 전국을 돌며 집토끼와 더 나아가 중도층을 공략하는데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층 결집부터 공고히 한 뒤 단일화에 나서도 늦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단일화를 할 경우 윤 후보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미=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경북 구미역 광장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15. lmy@newsis.com
앞에 언급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누가 단일후보로 나서도 이 후보를 오차 범위 안인 9~14%p 가량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엔 4자 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윤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30.1%, 부동층으로 바뀌는 비율은 36.1%, 이 후보로 이동하는 경우는 25.1%였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4자 대결에서 윤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중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67.6%에 달했고 부동층으로 바뀌는 비율은 27.8%, 이 후보로 이동하는 경우는 0.9%였다.

즉,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윤 후보의 지지층은 안 후보로 60%이상 가지만 반대로 윤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율은 윤 후보에게 그만큼 안 간다는 이야기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로 양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 후보 입장에선 여러가지를 감수하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존에 흩어진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중도층을 공략한다면, 굳이 확신이 없는 안 후보의 지지층을 안는 것보다 더 나을거란 계산도 가능하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서울시장 선거 때는 오세훈-안철수간 개별 지지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단일화에 대한 절박성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 윤 후보와 안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큰데다 윤 후보 쪽으로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안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간다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결국 단일화의 키는 윤 후보가 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의 '담판 방식' 관철하기 위한 포석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자체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하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원하는 방식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철수-오세훈 단일화처럼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오 후보는 적합도 질문(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한가)을, 안철수 후보는 경쟁력 질문(여당 후보를 상대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가)을 주장했다.

당시 '적합도'를 묻느냐, '경쟁력'을 묻느냐, 민주당 지지자들을 넣느냐 빼느냐(역선택)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해지자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합산하는 혼용 방식을 택했다. 민주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조항은 넣지 않았다.

2개의 여론조사 기관이 이틀간 총 3600개의 표본을 조사했고 각각의 여론조사기관에서 1600개(경쟁력 관련 800개 표본, 적합도 관련 800개 표본)을 구분해 조사하는 합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였고, 오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승리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건 담판론이다. 여론조사가 아닌 과거 DJP(김대중,김종필)연합 같은 공동정부 형식을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윤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선택하는 이른바 역선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윤 후보의 지지율은 안 후보보다 3배정도 높다. 하지만 야당 후보 적합도를 보면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높게 나온다.

때문에 여론조사를 어떤 문항으로 실시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경쟁력이 있는 윤 후보보다는 안 후보를 역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연일 윤 후보의 응답을 재촉하는 지금 상황이 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급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란 지적도 있다.

자신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윤 후보가 '담판식'외에는 응답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안 후보 입장에선 담판식에 대해서도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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